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이균성]외국계 기업 사장이 본 이건희 회장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삼성전자와 글로벌 경쟁 관계에 있는 한 외국계 기업의 국내법인 사장과 모처럼 점심 식사를 했다. 이 회사는 한 때 세계 전자기업의 대명사와 같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보다 늘 우월한 입장에 있었다. 당연히 삼성의 벤치마크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극소수의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에 뒤져 있다. 적지 않게 본사에 출장을 가는데 갈 때마다 사내 분위기가 우울하다 못해 싸늘하다고 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삼성과 그 회사의 경쟁력 차이로 이어졌다. 대체 무엇이 두 회사의 명암을 극단적으로 바꾸어놓은 것인가. 그는 이에 대해 “주인 있는 기업과 주인 없는 기업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삼성전자 경쟁력의 요체로 ‘오너 경영’을 꼽듯이 그도 이 의견에 동의한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어떤 오너 기업은 삼성과 상황이 정 반대기 때문이다.

‘오너 경영’이 전문 경영인 체제에 비해 갖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오너의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체제를 갖춰 좀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과 중대한 투자 결정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IT와 전자 산업처럼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극히 짧은 품목을 다룰 때는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두 차례의 글로벌 경제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메모리 반도체, 휴대폰, TV 등 주요 전자 제품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오너 중심으로 전개됐던 ‘스피드 경영’ 덕분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매사가 그렇듯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오너 경영이 전문 경영인 체제에 비해 가질 수 있는 단점은 경영이나 아이템에 대해 전문성을 획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너가 독단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오너 중심이기 때문에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겠지만 문제는 그 방향이 엉뚱할 때다. 이건희 회장 또한 그런 우를 범한 적이 있다. 처절하게 실패한 자동차 사업 진출이 그 예다.

삼성전자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려면 그래서 ‘오너 경영’에 무엇인가를 더 보태야 한다. 오너 경영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경영의 집중성을 높여주는 한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탤 수 있는 건 두 가지 정도로 보인다.

먼저 오너가 해당 분야에서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전문성을 갖고 있을 경우 오너 경영은 폐해보다 이익이 많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HP, MS, 애플, 구글 등 미국에서 성공한 IT 기업들은 창업주가 경영을 한 오너 기업들이었다. 전문가이기도 한 오너가 경영을 할 때 전성기를 누렸다. 이 점에서 반도체와 휴대폰 사업을 일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전자 분야에서 미래 안목이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길목을 보는 눈은 예사 수준이 아닌 것이다.

오너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어도 오너 경영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좋은 전문경영인을 발굴해 협력하면 된다. 이 경우 오너의 전문성보다는 전문 경영인을 알아보는 안목과 신뢰를 통해 그에게 경영의 일부를 맡길 수 있는 용단 등 용인술이 더 중요하다. 리더십은 거기서 나온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스타 전문경영인(CEO)이 배출됐다는 점에서 이 회장은 여기에도 일가견이 있다.

점심을 같이 한 외국계 기업의 국내법인 대표가 삼성전자와 이건희 회장을 보고 느낀 것이 이런 점이다. 상당한 전문성과 미래 안목을 가진 오너가 중심이 돼 회사를 이끌어 가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 맥락과 계통이 서 있는데다 시장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는 중요한 시기에 과감하고 신속한 진로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이때는 진로변경 또한 미래 안목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전반적인 맥락은 유지되는 것이다.

문제는 오너의 2, 3세가 경영을 이어받을 때다. 창업주나 성공한 2세와 달리 리더로서의 덕목을 충분히 학습하지 않고 대내외에서 리더십을 획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을 승계할 경우 오너 경영의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부각될 수 있다. 최근 상당수 국내 재벌기업의 창업주 3세들의 경영 행태가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각자 상당한 경영 수업을 받은 만큼 적당한 수준의 이론으로 무장하기는 했을 테지만 미래 안목이나 기업가 정신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였다고 보는 견해가 많은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균성]외국계 기업 사장이 본 이건희 회장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