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리기자] 국내 인터넷 이용률 78%. 전국민 10명 중 8명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가입자는 3천만명을 향하면서 전국민 대부분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인터넷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성장에 따라 누구나 활발한 사회 참여 활동을 펼칠 수 있고 소수의 목소리도 힘을 얻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도 커지고 있다. 악성댓글이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신상털기, 사이버 폭력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지 오래다.
◆ 얼굴 가린 보이지 않는 폭력
하루가 멀다하고 OO녀, OO남 등의 이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의 신상정보는 순식간에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퍼지면서 악성댓글을 통한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을 당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국내 사이버 범죄 발생건수는 2003년 6만8천445건에서 지난해 11만6천961건으로 10년 간 약 2배나 증가했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실시한 인터넷윤리문화실태 조사에서 국내 인터넷이용자 5명 중 1명은 단순 재미나 호기심으로 악성댓글을 작성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인터넷이용자 절반이 넘는 57.7%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허위 사실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지난달 한 네티즌이 포털 게시판에 올린 '연신내 묻지마 살인괴담'은 삽시간에 트위터,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퍼졌으며 한 임산부가 '채선당 종업원에게 폭행당했다'는 채선당 종업원 폭행사건도 걷잡을 수 없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10대, 20대 등 저 연령층일 수록 인터넷 윤리의식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10대 인터넷 이용자의 48%가 악성 댓글을 작성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초등학생 3명 중 1명이 사이버폭력 가해자일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사이버 폭력 가해 유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욕설을 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이버 모욕 뿐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지 않아도 계속 이메일이나 쪽지를 보내는 사이버 스토킹, 음란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내는 사이버 성폭력 등이 그것이다.
한 예로 10대 사이에서 행해지고 있는 '와이파이셔틀'은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들에게 3G 통신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5만5천원 이상의 휴대전화 요금제를 가입하게 한 뒤 스마트폰의 테더링 또는 핫스팟 기능을 통해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신종 사이버 폭력 수법이다.
또 같은 반·학교 특정 학생과 관련한 인터넷 카페를 개설한 후 집단적으로 욕설이나 굴욕 사진을 남기는 '왕따 카페'도 범람하고 있다.
◆ 이용자 '자정노력 인식 확산'…정부도 대책마련 고심
다행인 것은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해 스스로 나설 준비가 돼있다는 점이다.
KISA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이 넘는 53.7%가 전반적인 인터넷 문화 수준이 낮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인터넷이용자'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최근 무분별한 일반인 신상털기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잊혀질 권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용자들의 자정노력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이용자가 주체가 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인터넷문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건강한 인터넷 이용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KISA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직접 참여하는 '한국인터넷드림단'을 운영 중이다. 초중학생들 스스로 사이버 지킴이, 선플 캠페인, 기자단 활동 등을 펼치며 건전한 이용 환경을 조성토록한다.
또 개그맨 사회자와 함께 학교를 방문하는 인터넷윤리 순회 강연을 펼치는 한편 여수엑스포와 부산, 광주 등에 체험관도 신설했다. 인터넷윤리 캐릭터 '토닥이'와 '웰리'의 활동도 활발하다.
사이버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방과후 학교 형식의 인터넷윤리교실을 운영하고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KISA는 '아름다운 인터넷세상 만들기(아인세)'의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부, 인터넷기업, 민간단체 등 총 75개 기관·단체가 참여한 아인세 범국민 협의회도 운영 중이다. 협의회는 회원사와 함께 주간 단위로 '100일간 선플달기' '인터넷 희망데이' '사랑의PC 보내기'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국제 인터넷 윤리 문화 협력 네트워크 형성과 글로벌 인터넷 윤리 문화 공동 조사·연구를 위한 국제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KISA 유진호 인터넷문화진흥단 단장은 "지금은 인터넷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쓰는 것이 중요한 때"라며 "이용자, 사업자, 정부 등 각 사회 주체가 스스로 자정노력을 통해 올바른 인터넷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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