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독일에서 연이어 패배한 삼성이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이번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31일(현지 시간) 삼성이 애플과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특허권을 남용한 혐의가 있는 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C는 이날 “삼성전자가 유럽 모바일 시장에서 필수 표준 특허권을 남용하고 유럽통신표준연구소(ETSI)에 약속한 사항을 위반했는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998년 ‘필수 표준 특허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애플 등을 상대로 연이어 특허소송을 제기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랜드 조항 위반 여부 조사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프랜드(Frand) 특허권이다. 프랜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의 줄임말로 EU 지역에서 적용되는 약자 보호 조장이다.
프랜드의 핵심은 특허가 없는 업체라 하더라도 표준특허를 이용해 제품을 우선적으로 만든 다음 나중에 특허 사용료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해 준 권리다. 표준특허권자가 특허권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셈이다.
조사 결과 프랜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연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부과해야만 한다.
EC가 특허 분쟁을 벌이는 업체들을 상대로 프랜드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던 일이다. EC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전자와 애플을 겨냥해 “특허소송이 반독점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결국 EC가 판단하는 삼성과 애플 특허 분쟁의 쟁점은 문제가 된 특허가 차별 없이 공정하게 사용됐는지 여부였던 셈이다.
이번 조사가 삼성만 겨냥한 것은 아니다. EC측은 "3G 표준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럽 전역 특허 소송에 영향 미칠 듯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은 이제 이번 조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신중해야 생각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등 EU 국가에서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뮐러는 EC가 삼성을 상대로 반독점 조사를 착수함에 따라 이 지역에서 제기한 소송을 철회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EC 측은 "이번 조사는 유럽 시장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사한 방식으로 경쟁자들을 상대로 전략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비슷한 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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