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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개발자 모집에 벤처 SW기업들 '면접 보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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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인상 고육책 내세우나 근본 대책 아냐

[김수연기자] '면접 보면 뭐하나 연봉협상서 돌아서는데....'

요즘 벤처기업들은 고민이 많다. 하루 이틀 된 얘기도 아니고 새삼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인재 채용만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 소식까지 들려오니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걱정이 태산같다.

특히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력 채용과 NHN, SK플래닛의 무차별 소프트웨어 개발자 모집 소식은 벤처기업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안 그래도 연봉과 기업 인지도 측면에서 대기업에 밀려 대졸 신입 인력을 뽑는 데도 애를 먹던 중소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의 적극적인 소프트웨어 인력 선발 공세에 '신입 가뭄'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대기업 개발 인력 확보 공세에 벤처 SW 기업들 '철렁'

대기업들은 최근 소프웨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IT 환경에 대한 적극적 대처를 위해 관련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2일, 사장단 회의에서 '소프트웨어 인력 1만명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도 연간 100여명 정도, 수년내 수백명 규모의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SK플래닛은 구성원 전체의 60%를 연구개발(R&D)인력으로 채우고 회사를 '개발자들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는 비전까지 내세운 상태다. 이 회사는 경력과 공채는 물론 대학 재학생 및 해외 인력에까지 채용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

그런가하면 NHN은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넥스트(NEXT)'를 설립하고 직접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NHN은 2013년 3월에 '넥스트' 신입생을 받고 개원 이후 3년 간 모든 입학생에게 연간 1천만 원, 2년 간 총 2천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러한 대기업의 움직임에 가슴 졸이는 것은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다. 대기업의 대규모 인력 확보전에 눈 뜨고 인력을 빼앗기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이들은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한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은 고육지책으로 '신입 연봉을 대기업 수준 이상으로 올리겠다'며 적극적인 인력 채용에 나섰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개발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원더풀소프트(대표 오현주)는 최근 연봉 4천만 원을 내걸며 신입 사원 공개 채용에 들어갔다. 대기업 신입의 평균 연봉인 3천473만원보다 550여만 원이나 높은 수준의 연봉을 제시한 것.

이 회사 서보성 홍보팀장은 "우리 회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특허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벤처 기업이고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삼성의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인력 충원 계획으로 벤처 기업의 사람 뽑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회사 비전은 대기업에 뒤지지 않으나 사람이 오질 않으니 대기업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해 당당히 경쟁하자는 취지였다.

물론 이같은 '신임 가뭄' 문제는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는 공통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한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신입 지원자들이 연봉 3천만~3천500만원 정도의 대기업 수준 연봉을 원하고 있다"며 "면접까지는 많이 보러 오는데 합격 후 급여 수준을 듣고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신입 지원자들이 연봉 등 당장 눈에 보이는 대우를 중시하고 있어 이들에게 성과급이나 사내교육 등의 조건들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기업의 대규모 인력 채용이 이어지면 그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실무 교육도 많이 하고 최소 연봉도 올렸다고 말해줘도 신입 지원자들이 많이 안 온다"며 "씁쓸하지만 연봉을 대폭 올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은 개발자들에 한해 연봉을 향후 5개년에 걸쳐 대기업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이 회사 인사 담당자는 "개발자들을 대기업에 뺏기지 않을 방법이 과연 있을까? 없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어려워도 연봉을 올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자조했다.

◆ "연봉 인상? 벤처끼리 피보자는 것"…근본적 해결책 필요

고육지책으로 '연봉 카드'를 꺼내든 곳도 있지만 이마저 어려운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의 한 관계자는 "벤처 기업에서 4천만 원 주고 우수 인력을 뽑으면 자금력 있는 대기업은 더 큰 금액을 제시하며 인력을 뽑아갈 것"이라며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의 '연봉 인상'이 자칫 대기업과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 간의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대기업으로 갈 사람이 연봉 4천만 원을 준다고 해서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오진 않을 것이며 이렇게 되면 결국 벤처 기업끼리 인력을 뺏고 뺏기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의 관계자는 "한 군데서 연봉을 올리면 따라가는 곳도 있을 것이고 결국 전체적으로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의 연봉이 올라갈 수 있다"며 "지원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환영할 수 없으며 현실적으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의 '연봉 인상' 카드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에 신입 사원을 모셔오는 효과를 낼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유넷시스템의 김은진 경영기획팀 부장은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유넷시스템은 지난해 IT 분야로 유명한 대학교의 4학년 학생 중에서 교수 추천을 받아 면접을 진행했고, 그 중 한 사람을 선발했다. 회사는 해당 학생이 졸업하기 전까지 회사 실무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고 이 학생이 정규직으로 입사한 후 그동안 투입했던 교육비를 고용보험에서 환급받았다.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대학교, 정부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신입 가뭄'을 점차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프트웨어와 개발자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를 제값 주고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낮은데 이것이 벤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상황을 더욱 안 좋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개발자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면 장기적으로 이것이 벤처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매출 신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고, 결국 회사가 개발자들에게 줄 수 있는 돈도 늘어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고액의 '연봉 카드'를 꺼내들기보다 벤처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적 지원, 소프트웨어 및 개발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김수연기자 newsyou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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