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기자] 삼성카드가 보유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0.64%를 매각하기 위해 나섰다.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정리에 나선 것은 금산법(금융산업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상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의 첫 고리였던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정리에 나서면서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순환형 출자구조도 깨지게 됐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일가의 그룹 경영권 지배구조 자체에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경영권 승계 가속화 등 지배구조 변화에 촉각
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는 내년 4월까지 에버랜드 보유 지분 25.6% 중 보유 가능 상한선인 5%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카드는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해 주관사를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카드는 "매각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매각 방법은 블록딜(대량매매)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이인용 부사장도 "입찰의향서를 발송한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일정대로 매각하게 되면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형 출자지배구조는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순환출자형 구조가 수직형 구조로만 바뀌는 것일 뿐 지배구조 자체에는 전혀 변동이 없다.
현재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구조는 삼성카드 25.6%를 비롯해 이재용 사장(25.1%), 이부진 사장 및 이서현 부사장(각각 8.37%), 한국장학재단 4.25%, 삼성SDI·삼성전기·제일모직 각 4%, 이건희 회장 3.72%, 삼성물산 1.48%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삼성카드 지분을 내다 팔더라도 이재용 사장을 중심으로 한 우호 지분이 공고하기 때문에 핵심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행사는 전과 같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을 계기로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거나 이재용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에 대한 경영권 승계 및 계열 분리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에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장기적인 과제로 한 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이 역시 반드시 가겠다는 로드맵을 그려놓고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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