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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수 없는 게임서 불안해하는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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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시장 압도하면서 소송으로 불안감 드러내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태블릿 시장은 크게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아이패드 시장이 그 하나이고, 다른 모든 태블릿을 합친 게 나머지 하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태블릿 시장에서 애플이 경쟁 업체들을 압도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전문가의 멘트를 이용해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처리했다. 어떤 태블릿 PC도 실제 시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패드를 위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심하게 말하면 아이패드의 경쟁상대가 없다는 뜻이다.

시장 점유율이나 소비자 반응을 보면 이런 시각이 크게 과장된 것 같지는 않다.

아이패드는 만들기만 하면 팔리고, 경쟁 태블릿은 가격 인하를 해도 안 팔리니 애플로서는 그야말로 손 짚고 헤엄치는 국면이다.

뒷짐을 지고 여유를 가질 만도 하다.

그러나 애플은 오히려 최근에 더 불안해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 상대도 되지 않는 경쟁 제품을 시장에 나오지도 못하게 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소송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적으로 예상되면 싹부터 잘라버리겠다는 전략이다.

“인정머리 없다”는 속된 비판이나 “특허 제도를 악용한다”는 경쟁 업체의 비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적지가 않은 것 같다.

◆없어서 못 파는 아이패드 vs 판매수치조차 알 수 없는 경쟁 태블릿

애플 최고재무책임자 피터 오펜하이머는 “아이패드의 판매 실적을 보면 황홀할 정도”라고 말했다. 아이패드의 시장점유율은 측정 기관에 따라 다양지만 여전히 시장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 태블릿 PC는 어떤가. 아직까지 판매대수를 알 수 있는 이렇다 할 통계 자료조차 없다. 업체별로 간헐적으로 판매 수치를 발표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넘긴 태블릿의 수치일 뿐 소비자 손에 판매된 수치는 아니다. 아직 제품이 판매대에 진열되어 있거나 창고에 쌓여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난 2윌 줌(Xoom) 태블릿을 발표한 모토로라는 그 후 69만대를 선적했다고 발표했고, 4월에 블랙베리 플레이북을 내놓은 리서치인모션(RIM)은 50만대를 선적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몇 대가 소비자에게 판매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고, 그 이후 판매대수에 대한 발표 자료도 나온 적이 없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 때부터 모바일 제품 판매대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IDC의 애널리스트인 톰 메이넬리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아이패드 경쟁 제품의 판매대수에 대해) 발표해온 수치들은 실제로 소비자에게 판매된 것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HP 같은 기업들이 판매점의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의미심장한 HP ‘터치패드’ 가격할인

HP는 최근 태블릿 PC ‘터치패드’의 가격을 대당 100달러씩 인하했다. 미국 IT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가격인하 시기가 뜻밖이기 때문이다. 터치패드가 출시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영구적으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일종의 ‘항복 선언’으로 읽는 모습이다. 같은 가격으로는 아이패드와 대항할 수 없다는 사실을 HP가 현실적으로 인정했다는 이야기다.

업계가 초기에 아이패드와 경쟁하는 방식은 성능 경쟁이었다. 모토로라의 줌(Xoom)의 경우 아이패드보다 더 고급임을 강조하며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을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 또한 가격은 아이패드와 비슷하게 가져가면서 자사 제품이 아이패드에 비해 더 나은 부품을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리서치인모션(RIM)의 경우 제품의 크기가 아이패드보다 작은 7인치이지만 가격은 아이패드와 같게 책정했다.

자사 제품의 성능이 아이패드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PC 시장 1위 업체인 HP 또한 제품을 내놓기 전에 태블릿 개발에 충분한 공과 시간을 들였고 그래서 괜찮은 제품을 내놓았다고 자부했다. 가격도 아이패드와 같게 책정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이 가격으로는 아이패드와 경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격을 대폭 내리는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뜻이 된다.

이는 소비자가 아이패드의 대항 제품들을 아이패드를 본 뜬 제품으로 판단하지 아이패드를 능가하는 제품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제부터는 가격 외에는 특별히 아이패드를 공격할 요소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장조사기관인 ABI 리서치는 지난 1년 동안 아이패드를 실질적으로 위협할 만한 제품은 없었다고 지적한다. 수많은 태블릿 PC가 쏟아졌고 그 덕분에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점유율이 20% 가량 되었지만, 개별업체로서는 어떤 업체도 아이패드를 위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점유율 20%는 구글이 얻은 성과이지 태블릿 제조업체가 얻는 성과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적수 없는 게임서 더 날카로워진 애플

이처럼 어떤 업체 어떤 제품도 실제 시장에서는 아이패드에 위협적인 존재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애플은 경쟁 태블릿에 극도로 민감해져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대해서 그렇다.

주요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신제품인 갤럭시탭10.1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잇따라 제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여러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 외에도 모토로라의 줌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호주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탭10.1 호주 버전의 출시를 잠시 연기하기로 애플과 합의했으며,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갤럭시탭10.1의 판매를 당분간 금지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애플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이미 항소를 했고 8월25일 공판을 거쳐 9월 중에 새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결과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실제 시장에서는 상대도 안 되는 경쟁 태블릿에 대해 애플이 왜 그렇게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스마트폰의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내놓은 뒤 스마트폰 분야에서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 등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지만 안드로이드라는 새롭고 강력한 적수를 불러냈다. 특히 2010년을 지나면서 삼성전자와 HTC를 중심으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는 물론 애플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성장세가 가팔랐다. 스마트폰 시장은 불과 1년여 만에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이 태블릿 시장에서 염려하는 것도 이 대목으로 보인다.

태블릿 시장의 경우 스마트폰과 여러 가지 속성이 다르고, 아이패드가 여전히 70% 안팎의 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2015년까지도 아이패드의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이 여럿 나왔지만, 지난 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안드로이드 진영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놀란 애플로서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싶은 심정이 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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