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내 주요 상위 제약사 중 올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5%를 넘는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을 만큼 제약업계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강도 높은 리베이트 단속과 연이은 약가인하 정책으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보건복지부가 추가적인 약가인하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제약업계가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위제약사의 올 상반기 매출액을 비교 분석한 결과, 동아제약 등 9개 업체 가운데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5% 이상 증가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단속 강화로 인한 영업활동 위축에 따라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부진을 겪으면서 매출 상승세에 악재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1위인 동아제약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액은 4천3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천223억원보다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600억원과 41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9%, 3.1% 증가해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이중 전문약 매출은 3.6% 감소했으며, 그동안 성장세를 주도하던 천연물신약 '스티렌'의 매출이 정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2위로 뛰어오른 대웅제약은 4.6% 성장한 3천50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3천349억원보다 4.6%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전년보다 감소해 각각 13%, 27% 감소한 404억원과 312억원을 기록했다.
일반의약품인 간장약 '우루사'의 매출은 축구선수 차두리를 모델로 내세운 '간 때문이야' 광고 덕분에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지만, 화이자의 '프리베나', MSD의 '바이토린' 등 새로 도입한 전문약 제품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상위 업체 가운데 전년과 비교해 매출액이 가장 현격히 감소한 업체는 녹십자다. 녹십자의 상반기 매출액은 3천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4천481억원과 비교해 23.6%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1천154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313억원으로 무려 73% 가까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신종플루백신의 실적이 제외되면서 거품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한양행 역시 전년동기 대비 1.1% 증가에 그친 3천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8.6%, 36.9% 감소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매출액은 2천586억원으로 전년 보다 13.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3.4% 증가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큰 적자 폭을 기록했던 부진을 극복하진 못한 모양새다.
다만 종근당과 일동제약 정도만이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모든 면에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동제약의 경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137억원에서 올 259억원으로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해 89.1%의 증감율을 보였다.
이같은 상위제약사들의 매출 부진에 대해 업계에서는 실적 호재에 대한 기대보다는 이같은 부진이 당분간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단 동아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일동제약 등은 리베이트 적발 제품 약가인하 해당 제약사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품목에 따라 최대 20%의 인하 적용을 받아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시장형실거래가제에 따른 약가인하와 정부의 새로운 약가인하정책도 이미 예고된 상태라 업계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쌍벌제 시행으로 영업환경이 침체된 데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 등 연이은 약가인하 정책으로 제약사들의 실적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복지부가 추가적으로 기등재 의약품의 일괄적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악재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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