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업에 감사" vs 허창수 "정부, 원칙 지키는지 의문"

[정수남기자] 재계가 정부 경제정책을 총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 앞에서 '정부가 정책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뼈 있는 한 마디를 했다. 올 초부터 진행된 초과이익공유제, 감세철회 정책 등 오락가락 하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셈이어서 주목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제 5단체장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박 장관은 간담회에 앞서 "야구에서 희생타가 타율에는 인정이 안 되고 타점은 기록해주는 규칙은 희생을 팀에서 값지게 받아들이는 징표로, 상반기에 기업들이 유가나 통신요금 등을 솔선해 인하해 줘 국민을 대신해서 감사드린다"고 기업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 장관은 또 "우리 경제에서 기업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일자리 늘리고, 세금을 내고, 열심히 노력해서 글로벌 금융위기도 모범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하다"고 경제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박 장관은 이어 "선진형 경제를 보면 정부보다는 민간 부문, 특히 기업이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라며 "우리도 기업 쪽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서 국민경제를 이끌어 가는 구도로 진화되고 있지만 좀 더 가속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입은 작심한 듯 매서웠다.

허 회장은 "경쟁국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일시적 흐름보다 경제원리에 맞게 신중하게 운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허 회장은 "오늘날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제 창의적이고 투명하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활발하고 자율적인 기업 경영이 인정받도록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박 장관에게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 장관을 비롯,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박 장관은 간담회가 끝나고 한나라당이 23일 발표한 대학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해 처음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사진=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테이블 중간)이 2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 테이블 중간) 등 경제 5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