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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펭귄' 개발사 엔터플라이 "기획력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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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9달러 게임시장 개발사에겐 더욱 혹독한 환경"

[박계현기자] "1분 안에 이용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게임, 소장가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게임빌(대표 송병준)을 통해 해외 앱스토어에서 출시한 엔터플라이(대표 이준희)의 '에어펭귄'은 출시 4일만에 애플 앱스토어 유료 게임부문 판매순위에서 '앵그리버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6명의 중소 모바일게임 개발사가 전세계에서 2억건이 넘게 다운로드 된 '앵그리버드'를 잠시나마 제치고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엔터플라이의 이준희 사장과 김택세 마케팅본부 이사는 '기획력의 힘'을 가장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상하좌우 전방향 모두 틸트 기능을 다 쓰는 게임은 많지 않았어요. 보통 틸트 기능은 좌우로 움직이는 정도로 채택하고 그것마저도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아서 저희 입장에서도 무리한 시도였죠. 반응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아서 즐겁습니다."

'에어펭귄'은 아이폰의 중력 가속 센서를 이용해 주인공인 펭귄의 움직임을 조작하는 게임이다.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린 남극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을 건너뛰며 흩어진 가족들을 찾는다는 펭귄의 이야기를 귀여운 캐릭터와 독특한 조작방법에 담았다.

출시 후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40위권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가 하루에도 수백개의 신작이 등록되는 치열한 경쟁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김택세 이사는 "순위와 상관없이 게임을 평가하는 이용자들의 리뷰나 별점을 보면 항상 네개 반 정도의 평가가 유지된다"며 "상위 게임들의 경우 최소 네개에서 네개 반 정도가 유지되는데 '에어펭귄'도 그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위가 더 이상 떨어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준희 사장은 "'우리가 생각해도 2위라면 모르겠는데 1위를 했다는 사실은 개성·게임성·완성도 모든 게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성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 10년 내공의 개발자와 마케터는 향후 모바일게임 시장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준희 사장과 김택세 이사는 위피(WIPI) 환경 이전인 GNEX/GVM 시절부터 지금의 iOS까지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의 변화과정을 몸소 겪은 개발자와 마케터다.

"초창기 화면에 글씨 세 줄 나오던 흑백폰 시절엔 언제쯤 더 나은 기기가 나올 수 있을까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죠. 초당 24프레임은 나와야 제대로 된 표현을 할 수 있는데 이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 아이폰을 시작으로 기술적 제약이 완전히 풀려버렸어요."

"제약이 풀리면 모든 게임을 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높은 수준의 그래픽 표현을 누구나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기획력이 더 중요한 시장이 돼 버렸어요. 기획력은 게임을 1분만 해보면 알 수 있어요. 이런 환경이 개발자들한테 꼭 더 좋은 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는 면이 있어요."

이준희 사장과 김택세 이사는 "WIPI 환경 시절의 모바일게임 시장에 있던 보호장벽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WIPI 시절엔 시장 자체가 국내로 한정됐고 보호받는 시장이기 때문에 경쟁력 자체가 높아질 수 없었죠. 우리끼리만 싸우다 보니까 그 안에서 그 크기만큼 밖에 성장 못한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이젠 맨몸으로 나가서 진검승부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었죠. 게임 자체의 경쟁력, 기획력이 승부수가 될 겁니다."

'앵그리버드'를 비롯해 아이폰용 캐주얼 게임시장이 0.99달러의 가격에서 수렴하는데 따르는 부담도 있다.

"기존 WIPI 시장에선 저희 게임이 4천원까지 받았었죠. 0.99달러는 사실 저희에게도 아쉬운 금액입니다. 다시 천원짜리 초기 모바일게임 시장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하지만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이미 수많은 게임들이 출시됐고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부분이죠. 그만큼 또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을 해야할 것 같아요."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컷더로프' 같은 게임을 다운로드 받으면서 '개발자들한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든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사실 1달러는 팁으로도 적은, 부담없는 금액이잖아요. 그만큼 여러 게임들을 마음 편히 받아볼 수 있죠."

"오히려 잘 만들어진 게임이 시장에서 사장되는 확률은 줄어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자들이 핸드폰에 게임 세 개만 넣고 1년 내내 즐기는 게 아니라 무료 게임도 다운로드 받고 다양하게 해볼 수 있는 시장이죠. 개발사들에겐 그에 맞게 뛰어난 기획력을 요구하는 시장인 거죠."

현재 엔터플라이는 '에어펭귄' 업데이트, 라이트 버전(무료판)과 안드로이드 플랫폼용 출시, 차기작 개발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김택세 이사는 "20일 적용된 2차 업데이트를 통해 스테이지·캐릭터 등을 추가했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경쟁요소가 가미된 랭킹시스템 등이 추가될 예정인 3차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작에 대해선 "미리 준비했던 게임으로 캐주얼하고 대중적인 게임"이라는 정보를 공개하는 선에서 말을 아꼈다. 그래도 '에어펭귄'이 상용화 서비스까지 8개월이 걸렸던 걸 감안하면 그리 오랜 기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나올 게임도 넓은 이용자층이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엔터플라이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회의실에 세워져 있는 작은 판넬이 하나 눈에 띄었다. '에어펭귄'이 당당히 '앵그리버드' 바로 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한 할머니가 남긴 게임평이 적혀 있다.

"전 할머니인데 이 게임이 너무 좋아요. 손녀딸과 함께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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