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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늉에 그친 포털들의 개방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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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개방 지적…장기적 안목으로 판단해야

[김영리기자] 웹2.0 시대의 기본 방향인 '개방'과 '공유'가 글로벌 인터넷 업계의 화두인 가운데 국내 포털들은 여전히 반쪽짜리 개방에만 머무르고 있다.

국내 포털들은 지난 2006년부터 단순 API 공개부터 외부기업에 플랫폼 개방, 개발자 및 벤처기업 지원까지 다양한 개방전략을 발표하며 개방과 공유라는 흐름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이나 개발자들은 여전히 '관문(포털)은 열려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포털들의 개방 정책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돈을 번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물고 콘텐츠의 일부만 공유하며 핵심 서비스는 막아 놓는 폐쇄적 개방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국내 기업의 개방 조류…왜?

개방의 전도사로 불리는 구글을 비롯, 애플·야후·페이스북·트위터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서로의 빗장을 풀고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개방해 전 세계 개발자들을 끌어 모았고 애플은 누구나 참여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앱스토어를 만들어 지금의 애플이라는 위치에 설 수 있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역시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해 콘텐츠, 개발자, 서비스 간의 생태계를 조성했다.

그동안 폐쇄정책을 고수했던 국내 기업들도 외부 개발자와 기업에 자신들의 플랫폼을 열고 개방이라는 조류에 동참하고 있다.

NHN은 지난 2008년부터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를 진행중이며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웹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개발도구 등을 공개했다. 또 네이버 '소셜앱스'를 통해 외부 개발사와 개발자들에게 네이버 블로그, 카페 등의 플랫폼을 열어주고 이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도록 했다.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해 게임 채널링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게임 플랫폼인 '플레이넷'도 개발정책의 일환이다. 제작된 게임의 판로가 없거나 마케팅 비용, 커뮤니티 구축 등의 부담을 가진 중소·영세 게임 개발사에게 이용자 확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2006년부터 검색, 블로그, 카페, 요즘 등 12개 서비스에 대한 40여 개 오픈 API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오픈 API를 통한 다음 서비스 월간 이용량은 지난 3월 기준 월 1억 5천만 건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소셜웹검색을 오픈해 트위터, 페이스북, 포스퀘어, 미투데이 등 외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다음은 지난달 SK커뮤니케이션즈와 서비스 제휴를 맺고 6월부터 다음과 네이트, 각각의 서비스에 따로 로그인하지 않아도 양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SK컴즈는 지난 2009년 싸이월드 API를 개방하면서 앱스토어 개념을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믹시, 중국 렌렌 등과 한중일 3각 SNS 동맹을 맺는 등 개방의 폭을 글로벌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급변하는 IT시장에서 독자노선을 고수하면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오픈정책도 상당히 전략적으로, 각 사가 가지지 못한 서비스를 서로 주고받으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라며 "빗장을 열고 함께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포털 개방정책 '갈 길 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포털들의 개방정책에 대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전히 핵심 서비스에 대해선 장벽을 세워놓고 공개된 콘텐츠와 API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네이버는 자사의 핵심 콘텐츠인 지식인이나 블로그 등에 대해선 외부 검색엔진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다음 역시 '요즘'이나 '카페'의 글은 외부에서 검색하기 어렵다. 네이트의 실시간검색에서도 요즘에 올라온 글은 볼 수 없고 미투데이도 일부만 볼 수 있다.

야후코리아는 지난해 오픈형 홈페이지 전략을 내세워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과 사이트 연동을 추진했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로 인해 무산된 상황이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는 "국내 포털들의 사업 전략 면에서 개방의 수준에 대해 고민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좀 더 폭 넓은 안목을 가진 경영진이라면 개방을 했을 때 얻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냉혹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개방의 가치를 적극 수용하면 훨씬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해지고 정보의 소통 역시 촉진될 것"이라며 "구글의 경우 처음부터 개방을 내세워 일관된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된 것으로 귀감을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 역시 "국내 포털들이 다양한 개방정책을 펼치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개방과 공유는 아니라고 본다"며 "지금까지 쫓아가기에 바빴다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기 위해선 과감하게 개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터넷 기업들이 지난 2006년부터 API를 공개하며 개방과 공유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이를 기반으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지적도 있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 안에 수십만 개의 독립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며 "경쟁관계이면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 이것이 진정한 개방이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류 소장은 "국내의 경우 개방을 통해 혜택을 본 서비스나 벤처를 찾아보기는 여전히 힘들다"면서 "단순 기술적 개방 뿐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성공사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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