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윤기자] 일본 메모리반도체 업체 엘피다가 가장 먼저 20나노급 D램 개발을 완료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가 이끌어온 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에서 엘피다가 한 발 앞서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어느 정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산업 치킨게임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위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가 오는 7월부터 25나노 D램 양산에 착수키로 발표한 가운데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온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제품 개발보다 실제 양산이 가능한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엘피다가 40나노급, 30나노급 D램 양산과 관련해서도 발표와 다르게 실제로 양산을 못했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보도는 아닌 것 같다"며 "아마 제품 개발 초기 단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이슈거리가 될 수는 있지만 어떤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며 "엘피다는 아직 40나노급 제품에서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 20나노급 D램 양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몇 나노 제품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미세공정일수록 같은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이 많기 때문이다. 원가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현재 30나노급 D램 제품까지 양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시작했다. 국내 두 기업을 제외하곤 30나노급 D램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아직까지 없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정 기술에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빅2'라 할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했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치킨게임은 끝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 1분기 실적도 엘피다를 비롯한 대부분의 해외 메모리업체가 적자를 낸 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확연한 경쟁력의 차이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하이닉스의 김정수 상무는 "엘피다가 30나노급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하는데 두세 달 걸릴 것"이라며 "30나노급 제품이 쉬운 공정이 아니고 아직도 경쟁우위는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3위 업체인 엘피다가 25나노 D램 제품 개발을 완료, 7월 양산을 공언하고 나서면서 경쟁구도에 변수가 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엘피다가 시기를 앞당기면서 혹시 모를 치킨게임 재개 가능성도 일부 거론되고 있다.
당장은 엘피다가 과거 40나노, 30나노 D램 양산을 발표했을 때도 바로 양산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제 양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국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더는 밀릴 수 없다는 절박에서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제품 개발과 실제 양산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를 빼곤 유력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라곤 이제 일본의 엘피다, 미국의 마이크론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며 "특히 엘피다의 경우 갈수록 국내 업체와 경쟁력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엘피다가 20나노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미세 공정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다져온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일정 등에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엘피다가 공언대로 오는 7월 25나노 D램 양산을 시작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클 수 밖에 없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제 양산을 할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하고, 아직까진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제한 뒤 "가능성은 적지만 엘피다가 실제로 20나노급 D램 양산을 올해 시작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엘피다 20나노급 D램 개발은 별다른 의미를 두기 힘들지만 삼성전자 등에서 20나노급 제품 개발 발표를 당초 계획보다 좀더 일찍할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20나노급 D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이닉스 역시 연내 20나노급 D램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도윤기자 money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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