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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인터넷 공간,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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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기술과법센터 '인터넷 개방성' 세미나

[김영리기자] 인터넷의 개방성과 망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 기술과법센터가 지난 15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한 '인터넷의 개방성:현황과 과제' 주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현안과 개선책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세미나에는 인터넷 개방성의 이용자 입장과 사업자 입장 측면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 미네르바 사건으로 본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 모바일 플랫폼과 포털의 협력 가능성 등이 논의됐다.

◆ '필요악' 규제…이용자 표현의 자유 위축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는 '정통망법상 본인확인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근본적으로 실명확인과 본인확인은 서로 다른 것"이라며 "당사자가 타인에게 알려줘야 하는 성질을 가진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해 본인확인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기술적,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킹이 쉬운 허술한 서버를 만들고 해킹을 처벌하는 법규정을 도입한다고 해서 허술한 서버가 안전하게 되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익명성에 따라 발생하는 인터넷의 역기능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도입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본인확인 수단은 언급해놓고 있지 않아 게시판 운영자들은 공인인증서 혹은 본인확인서비스를 제공하는 제3자 또는 행정기관에 의뢰해 '본인확인'을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실명확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애초에 정부가 '실명확인'이나 '본인확인'으로 달성하려는 정책목표가 선량한 대다수 유저에게 심리적 압박효과를 주면서 자유로운 표현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키는 데 주안점이 있는 것"이라며 "익명성을 역기능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본인확인 조치를 취하면 역기능을 예방할 수 있다는 발상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이야 말로 자신의 흔적이 여러 곳에 남기 때문에 익명성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운데 정부의 이 같은 형식적인 규제로 우리나라 인터넷이 극도의 폐쇄성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민영 카톨릭대 법대 교수는 '인터넷 이용자의 담론 형성과 미네르바 사건'을 주제로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자율규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네르바 사건의 법적 근거인 헌법재판소의 전기통신기본법 위헌판결은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합리적인 판례로 이해하고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단지 법률조항 내의 '공익을 해할 목적'과 '허위의 통신' 부분이 불명확했기 때문에 이 같은 위헌 판결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표현의 자유가 신장돼있거나 보장돼있지 않다"며 "인터넷의 개방화, 보편화와 맞물려 논의해야 될 것은 법 규제 뿐 아니라 자율적인 자정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행정규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를 배제한 순수 자율규제도 효율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부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 그리고 민간단체의 공동 합의에 의한 자율규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라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는 "이용자 스스로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에서 정체성을 이해하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많은 경험을 쌓아간다면 이용자 동의에 근거한 인터넷의 개방성은 눈에 보이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장 주도권 경쟁과 개방성 논란 심화

최근 이슈로 떠오른 국내 포털과 외국계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 망중립성 등의 현안도 심도있는 논의가 오고 갔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애플, 구글 등 모바일플랫폼과 포털은 협력관계가 아닌 경쟁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교수는 "과거에는 국가 규제에 의해 인터넷 개방성이 훼손됐지만 모바일에서는 국가 뿐 아니라 시장에 의한 장벽도 추가됐다"며 "통신사,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 제조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방성을 가로막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애플 앱스토어다.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유통하려면 애플이라는 기업이 허용해야만 가능하다. 이는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또 다시 과거 '포털'과 같은 관문 역할을 재현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애플과 구글의 스마트폰 기본 검색창 지정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고 송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시장 주도권 경쟁과 개방성 문제인데 모바일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결국 차세대 시장의 표준 내지는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비즈니스 게임"이라며 "앞으로 모바일 환경에서는 포털과 모바일 플랫폼의 갑을 관계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카카오톡과 이통사 간 망중립성 문제 및 NHN, 다음의 구글 공정위 신고 건을 대표 사례로 들며 개방성 논의를 이어갔다.

최 사무국장은 "특정 서비스의 트래픽을 차단하는 것은 인터넷의 보편적 접근 원칙에 어긋나고 이용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컴퓨터를 줘놓고 컴퓨터 이용을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논조"라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요금제 및 경영전략 상의 문제이지 망중립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안드로이드 OS를 이용할 경우 대부분 구글 검색, 메일, 지도 등 구글 서비스가 선탑재 돼 출시되면서 무선에서의 구글검색 점유율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경쟁제한과 불공정 사례일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이로 인해 경쟁자 및 이용자 후생의 피해가 실제 발생하고 있는 지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공인인증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소장은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수 없는 다양한 플랫폼과 기기는 앞으로 더욱 많이 등장할 것"이라면서 "급변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공인인증제도를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학계, 업계, 법조계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이 오갔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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