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미디어렙 제도를 한시바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방송 광고 시장에 피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까닭이다.
사실상 종편이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광고 대행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혼란만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24일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개최된 '2011 방송환경 변화에 따른 미디어렙 도입 정책방향' 토론회 참석자들은 종편 출범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 시기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인하대 김상훈 교수는 "미디어렙 법안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이 선정됐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채널의 자체 광고 영업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종편은) 초기에는 방송광고만 판매하다가 방송광고+신문광고+온라인 광고 등 결합 형태 광고를 팔아 크로스 미디어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행 광고 규제가 완화되는데 지상파 채널은 중간광고, 총량제, 24시간 방송 등 금지 차별이 있다"며 "종편이 들어오면 지상파도 직접 영업에 나서게 되고 미디어렙 법안 개정 전에 혼란스러운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종편이 1개 채널에 그치지 않고 계열 PP를 4~5개 이상 만들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한신대 문철수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가을까지 미디어렙 법안이 결정되지 못하고 종편이 자체 영업을 시작한다면 지상파 방송의 반발은 매우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고 시장 확대 논의와 관련 (그 전에) 지상파 비대칭 규제 문제는 다소 해결돼야 한다"며 "종편이 출현하게 되면 틀림없이 강력한 광고 영업력을 펼칠 텐데 지상파-케이블 간 수평적 규제완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편이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소장은 "종편을 미디어렙 규제에 넣지 않으면 오만가지 크로스미디어판매가 가능하다"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편-지상파 파급력, 얼마나 될까
한편, 종편의 파급력이 너무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단국대 박현수 교수는 "지상파TV 개인광고 시청률이 2.2%, 케이블 0.06%이고 종편은 0.5%로 된다고 가정했을 때 광고 평균 단가가 케이블 11만원, 지상파 400만원, 종편은 90~150만원 수준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며 "종편이 500억~700억정도 규모를 형성한다고 하는 건 장밋빛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세계 보편적 광고 제도를 우리나라가 흡수치 못하는 것은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며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목소리보다 국회가 가치와 수급에 의한 (광고 대행 시스템을) 분석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종편 출범과 민영 미디어렙 논의가 '1공영1민영'에서 '1사 1렙'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지상파 방송의 파급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숭실대 김민기 교수는 현재 국회 내에서 1사1렙안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며 "국회는 1사 1렙이어야 종편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종편을 죽이기 위해서 1사 1렙 등장 시키면 빈대 죽이려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같다"며 "종편이 죽기 전에 종교방송 등 중소 방송사가 죽고 지상파 방송의 광고 흡수가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그는 "MBC가 현재 800억에서 10프로 올리면 간단히 1천억 올라가는 데 지상파 파괴력을 과소평가한다"며 "MBC가 공영 미디어렙에 서느냐 민영 미디어렙에 서느냐가 한국 방송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월 민영 미디어렙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영 미디어렙 개수와 관련 의원 간 입장이 워낙 첨예해 종편이 출범하는 가을까지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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