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 가입 고객이요? 대부분 SK텔레콤 고객님 번호이동이 많으세요. 열에 일곱 분은 SK텔레콤 고객이신거 같아요. LG텔레콤(LG유플러스)도 있으시고…. 오히려 저희 KT 고객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느낌이 드네요."
서울 광화문 KT 본점 1층에 있는 '올레스퀘어' 내 아이폰4 판매 직원 김씨의 말이다. 정확한 비율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가 피부로 느끼는 아이폰4 구매 고객의 대부분은 경쟁사 번호이동 고객이었다.
이 직원 말대로 9월 국내 이동통신 번호이동 시장은 아이폰4 출시로 인한 대 격변이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SK텔레콤의 저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통계자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9월 번호이동 가입자는 KT가 43만1천556명, SK텔레콤이 이보다 많은 52만3천743명을 끌어모았다.
이 중 타사 번호이동의 경우 KT는 38만6천32명, SK텔레콤은 39만1천768명을 각각 기록했다.
당초 예상됐던 아이폰4 번호이동 쏠림현상이 상당부분 일어난 것은 맞지만 SK텔레콤 역시 이에 대응하는 가입자를 끌어모으면서 '블랙홀' 우려를 불식시킨 셈이다.
◆단말기 가격공세…'유선공짜'요금제도 기여
KT는 8월 번호이동자 29만3천596명보다 31.5%가 늘어난 38만6천32명의 타사 가입자를 9월에 새 고객으로 맞았다. 9월 10일부터 개통이 시작된 아이폰4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8월 16일부터 시작된 아이폰4 예약 가입자는 단 하루만에 14만여명이 신청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당시 KT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타사 가입자들의 번호이동 예약가입이 5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KT는 지난 달 9일 SK텔레콤과 동일한 요금의 '데이터무제한' 서비스까지 발표하면서 스마트폰 가입자들을 적극 공략했다. 이같은 정책은 KT로의 번호이동을 가속화 하는 듯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 회사는 아이폰4 예약 가입이 시작된 8월에 34만2천201명의 번호이동자들을 유입시키면서 전월 대비 13%가량 번호이동자가 줄어드는 쓴 맛을 봤다.
그러나 아이폰4 개통이 시작된 9월 들어 SK텔레콤은 스마트폰 가격인하라는 초강수로 응대했다.
이 회사는 지난 달 9일 '스마트기변'이라는 정책을 통해 기존 옴니아 등 초기 스마트폰을 이용한 가입자들에게 갤럭시S 등의 스마트폰을 10만원 가량 할인해줬다. 이로 인해 갤럭시S는 5만5천원 요금제 가입시 12만원 정도의 가격만 내면 되기 때문에 24개월 할부의 경우 월 5천원만 부담하면 된다.
팬택의 스카이 베가와 모토로라 모토글램, HTC의 디자이어 등 일부 모델은 아예 '공짜' 수준으로 단말기 가격을 낮췄다.
특히 이같은 정책은 기존 스마트폰 이용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SK텔레콤 스마트폰 가격이 대폭 인하됐다'는 인식을 줘 소비자들의 단말기 교체 의지를 더욱 촉발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 김선중 영업본부장은 "스마트 기변’을 통해 고객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스마트폰 이용이 가능하며 특히 올인원 55 이상 요금제 선택시 데이터 무제한 이용혜택은 물론 최신 단말도 무료로 이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이 지난 8월 25일 본격 실시하면서 대대적으로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 '데이터무제한요금제'와 지난 16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유선상품결합 할인요금제'에 대한 가입자들의 기대도 이탈 현상을 방지한 또 다른 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 등이 향후 변수
결국 SK텔레콤의 다각도 대응은 '기존 가입자' 번호이동, 즉 기기변경 가입자에서 승패를 갈랐다.
SK텔레콤은 9월에 13만1천975명의 기기변경을 유도했고, KT는 4만5천524명의 기기변경만을 이끌었다.
물론 이는 갤럭시S 출시 초기인 7월과 8월의 기변 숫자보다는 줄어든 수치지만, 아이폰4 등으로 어느정도 예상됐던 가입자 이탈 방어에는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9월까지 격변을 보였던 국내 번호이동 시장은 10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의 '단말기 보조금 규제' 및 '마케팅비 총액 제한' 등의 영향으로 그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통신사들이 유용할 수 있는 단말기 보조금이나 마케팅 비용에 대한 압박이 보다 심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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