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통합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화두다. 우리 IT 전자산업은 국내외가 따로없는 전쟁터 속에서도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패널 등은 과거 추격자에서 이제 시장 리더로 떠올랐다. 그러나 날로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 아이폰이나 구글TV와 같이 새로운 경쟁자들이 혁신을 앞세워 시장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아이뉴스24는 시리즈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체제에 대응하고 1등을 수성하기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장면 1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2009년 가을. LG전자 한 임원은 휴대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외국 영화사로부터 공동마케팅 제의를 받은 직후의 솔직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놨다.
파란피부의 종족과 지구인이 싸운다는 설정도 이상했다. 더욱이 이번 신제품은 텐밀리언셀러를 낸 히트작 블랙라벨 시리즈 최신작 아닌가. SF영화와는 영 조합이 안맞았다. "일단 영화가 어떤 지 알아보라고 했죠. 굴러 들어온 복을 찰 뻔 한 거죠."
영화 아바타와 LG전자의 '뉴초콜릿폰'의 공동마케팅은 이렇게 불발되나 싶다가 극적으로 성사됐다. 지난 연말 개봉한 영화 '아바타'의 예고편은 21세기 폭스사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개봉 전 뉴초콜릿폰에 담겨 첫 공개됐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는 제작비 2억4천만달러를 투입해 10배 이상인 26억7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세계 흥행기록을 다시 썼다.
#장면 2
"별 기대는 안했죠."
2010년 봄. 최대 격전지인 미국시장에 3D TV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는 고민 끝에 런칭행사가 코앞으로 닥친 상황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초대했다.
지난 연말 개봉된 영화 아바타의 글로벌 흥행으로 카메론 감독의 인기는 이미 천정부지였다. 흥행감독을 넘어 3D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성사만 된다면 효과는 엄청나겠지만, 내심 망설이던 카드였다.
"항공권·숙박비 등 일체의 경비까지 부담하고 오겠다고 해서 놀랐죠." 삼성전자 임원의 말이다. 이날 카메론 감독은 삼성전자 윤부근사장과 무대에 올라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두 달 뒤 카메론감독은 사흘 일정으로 방한, 이틀을 삼성전자와 함께 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방문은 그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후문. 이 곳에서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싶다"던 그는 윤부근 사장과 다시 한무대에 올라 3D 콘텐츠 분야 협력을 발표했다.
1960년대 본격적인 경제 개발이 시작된 이래 한국 산업계의 지상과제는 '일본 따라잡기'였다. 그러나 1990년대 초까지 한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 반응은 냉랭했다. 전자산업의 패권 역시 반세기 넘게 '소니' 차지였다.
1980년대 일본과 소니의 무서운 기세는 카메론감독의 또 다른 흥행작 '에이리언' 시리즈에 등장하는 '웨이랜드 유타니(Weyland - Yutani)'라는 최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갖춘 일본계 다국적 기업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3D영화로 더욱 파격적인 신작으로 돌아온 카메론 감독은 영화계 흥행역사를 다시 쓰며 파트너로 삼성전자, LG전자와 손잡았다. 전자산업의 패권이 바뀐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한국은 지난해 410억달러 무역흑자로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고, 수출도 세계 9위로 올라섰다. 최근 발표된 IMD의 2010년 세계경쟁력 평가에서도 23위에 올라 27위로 밀려난 일본을 추월했다.
소니는 TV시장의 2위 자리마저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에 내줬다. 스마트폰에서는 밀렸지만 여전히 세계 휴대폰 시장의 2위와 3위는 삼성과 LG전자다. 애플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삼성과 LG의 칩셋과 패널을 쓴다.
◆1등은 바뀐다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제조업의 주도권에 제동이 걸린 사이 세계 IT산업의 기술 변화와 기업의 순위 다툼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실제로 20년 전인 1989년 시가총액 기준으로 당시 IT산업은 1위 IBM을 비롯해 2위 히타치, 그뒤를 잇는 파나소닉, 도시바, NEC, 후지쯔, 소니 등이 주도했다. 상위 빅10 중 9개를 일본기업이 채웠다.
그러나 2009년 현재, 일본 기업은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9위에 랭크되는 등 20년간 10위권을 유지한 기업은 IBM 1개사에 불과하다. 최근 10년간 10위권을 유지한 기업 역시 6개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10년간 반도체 빅10 중 시가 총액이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단 두 곳.
10년 전만 해도 인텔과 소니의 시가총액은 2천750억달러와 1천228억달러로 각각 삼성전자 시가총액(352억달러)의 8배와 3배를 웃돌았다.
그러나 현재 인텔의 시총은 1천75억달러로 반토막 났다. 소니는 347억달러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몸값은 944억달러로 3배 가까이 불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05년 실적에서 소니를 추월했고.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소니, 도시바 등 일본 전기전자 빅5의 두 배를 넘었다. '황제'로 군림해온 인텔과도 실적에 이어 시가총액까지 넘어섰다.
우리가 1980~1990년대 뒤늦게 진입한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에서 세계 1~2위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도 빠르게 이어진 것.
실제 메모리반도체는 지난 1983년 국내 64K D램 개발에 성공한 이후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이 57%에 달할 정도다. 1세대 LCD 생산라인이 가동된 게 1995년이지만 현재 우리 점유율이 53%에 육박한다.
◆추격자에서 시장 리더로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9년말 기준 우리 제품 중 세계시장 점유율 1위는 총 121개에 달한다.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이내 세계일류 상품수는 600개에 육박한다.
2008년 기준 세계일류 상품을 10개 이상 보유한 기업은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LG전자, LG화학 등.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는 각각 26개의 일류상품을, LG전자와 화학은 13개와 12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일류상품의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30%가 넘는 성장세로 '수출 한국'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전체 수출상품에서 일류상품이 차지하는 수출액 비중은 매년 증가, 2007년 기준 전체의 절반인 48%에 달한다.
특히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의 수출 규모는 10억달러 이상으로 이들 3대 품목이 전체 IT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를 웃돈다.
덕분에 IT산업은 2009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GDP의 10.4%, 전체 수출의 33.3%를 차지하는 국가경제의 핵심산업으로 성장했다.
실제 올 1분기 기준 우리 메모리반도체와 LCD패널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47.0%, 47.5%로 세계 1위, 휴대폰은 31.5%로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세계 1·2위를, LCD패널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양강 체제를 유지하며 3위 업체(대만 AUO)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휴대폰은 지난 2007년 1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세계 2위를 유지하며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특히 삼성전자 LED TV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AMOLED는 세계시장 점유율 90% 안팎에 달하는 말그대로 '독주체제'다.
이들 기업은 올 1분기에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며 세계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0조-이익 10조원 시대를 연 삼성전자는 이번 1분기에도 매출 34조6천400억원, 영업이익 4조4천100억원으로 분기기준 사상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
LG전자 역시 매출 13조7천억원, 영업이익 5천300억원으로 분기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 5조8천800억원, 영업익 7천890억원으로 4분기 연속 흑자를 올렸고 하이닉스 역시 매출 2조6천800억원, 영업익 7천470억원으로 3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우리 대표 기업들의 선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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