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옴니아 같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통신회사들의 '와이파이(무선랜)'사랑이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인터넷 집전화(myLG070) 가입자들에게 와이파이폰과 무선공유기를 160만대나 뿌린 LG텔레콤과 달리, KT나 SK텔레콤은 와이파이를 무시해 왔지요.
국민들이 무료로 와이파이(AP공유기)를 이용하면 초고속인터넷이나 3G 이통망을 이용하지 않아도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어, 두 주력 상품의 매출을 갉아먹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와이파이 이용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9.7%가 상용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 무료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KT와 SK텔레콤이 '와이파이 투자'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KT는 '쿡&쇼 존'이란 이름으로 1만4천개를 추가로 구축키로 했고, SK텔레콤은 그동안 중단했던 와이파이 투자를 재개하고, 일반폰 포함 와이파이 단말기를 25종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두 회사의 최근 발표에 대해 "양사 모두 와이파이 투자를 늘리나 보다"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속 사정은 크게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T에겐 '인프라 확대'가, SK텔레콤에겐 '데이터 통화료 줄이기'가 속마음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와이파이는 사실상 초고속인터넷(유선망)을 이용하는 것이어서, 국내 최대 유선망 사업자인 KT로서는 와이파이 추가 투자를 통해 초고속인터넷망의 활용성을 높이려 합니다.
그러나 KT보다 유선망이 약한 SK텔레콤은 와이파이 투자계획을 밝히기 보다는 '개방'이란 화두를 던지면서, 무선인터넷 데이터 통화료를 줄이는 데 관심있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KT는 자신의 고객에게는 와이파이를 이용한 저렴한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나 남의 고객까지 배려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고, SK텔레콤은 우리도 개방할 터이니 너희도 개방하라고 KT를 압박하면서 KT의 우수한 초고속망 인프라를 나눠 쓰자는 의도입니다.
이는 '개방'이라는 게 덜 가진 사람이 더 가진 사람에게 주로 요구하게 되는 이치와 비슷합니다.
KT가 와이파이를 개방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SK텔레콤이 와이파이 투자 계획을 잡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와이파이와 관련 해 두 회사 중 누가 더 친 소비자적인가를 따지게 되는데 이런 속사정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핏보기에 개방하는 게 더 친 소비자적으로 평가되지만, 사실은 두 회사의 인프라와 관련해 전략적인 속사정이 숨어 있다는 이야깁니다.
다만, 이미 소비자가 개방적으로 쓰고 있는 무료 와이파이(AP공유기)에 까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의무화해 자물쇠를 걸려 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통신사들이 자사 전략에 따라 자신이 구축한 와이파이를 타사 가입자에 제공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듯이, 소비자들도 공유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신이 제공하는 상용 와이파이 매출을 늘리겠다고, 국민들을 직접 규제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와이파이는 기술기준만 지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 ISM(Industria, Scientific, Medical) 대역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와이파이 보안문제가 걱정된다면, 그것은 무선구간 암호화 같은 기술적 해결책을 찾는 게 합리적 해법으로 보입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