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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SK텔레콤, 기득권 버리고 미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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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과 상생 정책으로 무선인터넷 시장 주도권 노려

이동통신 분야 1위인 SK텔레콤이 마침내 칼을 뺐다. 미래 시장인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아이폰 출시 이후 KT에 밀리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과감하게 전통적인 기득권까지 버리며 파상적인 역공을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이통 시장의 판이 음성 위주에서 데이타 중심으로 바뀔 거라면 과거에 안주하기 보다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월드 가든(Walled Garden)'이라는 과거 기득권을 더 존속시키면 당장은 재무적으로 이익이겠지만 미래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14일 SK텔레콤이 밝힌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종합 계획'을 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조치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와이파이를 크게 확대하고, PC에서 내려 받은 콘텐츠를 휴대폰에서 쓰게 하며, 디지털저작권관리(DRM)를 대폭 해제하는 등의 조치는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SK텔레콤으로서는 당장 손해 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조치들을 내놓은 것은 눈앞의 이익에 전전하다가 미래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날 서비스 지향점이 '공유 확산 상생'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이날 내놓은 조치들은 과감한 양보를 통해 판을 새로 짤 만한 것들이 많다.

문제는 이날 발표한 전략이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느냐이고, 구체적 실천을 통해 고객과 협력사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또 50%인 DRM 해제율을 더 높이는 등의 추가 조치도 관건이다.

◆이번 조치로 바뀌게 될 것은 무엇?

SK텔레콤 하성민 MNO CIC 사장은 "우리가 바라보는 무선인터넷 세상은 모든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단말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부담없이 쉽게 사용하며, 모든 비즈니스 파트너가 개방과 공유를 통해 함께 성장하며, SK텔레콤은 새로운 모바일 시장을 키워가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하 사장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무선인터넷 성장을 주도해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무선인터넷 요금제로 여러 단말기 이용

지금은 인터넷은 노트북, SMS는 휴대폰, 게임은 PMP나 넷북 등을 통해 하면서 개통과 구매를 다른 곳에서 하는데, 올 하반기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이면, 하나의 무선인터넷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여러 개의 단말을 쓸 수 있게 된다. 3년간 100만명 정도의 고객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가입비 등이 줄어 3년 동안 2천억원 정도의 요금이 경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 사장은 "이렇게 되면 중소 제조업체들도 단말기 시장에 진출할 니즈가 많아지고 콘텐츠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이파이를 대체 네트워크로 활용

2005년에 접었던 와이파이 투자도 재개한다. 특히 와이파이를 통해 무선데이터를 개방해, 와이파이를 통해서도 무선인터넷 '네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위해 일반폰에도 와이파이를 탑재하는 등 연말까지 스마트폰을 포함 25개 기종에 와이파이를 넣을 예정이다.

하 사장은 "와이파이는 오픈정책을 쓸 것인데, 타사 가입자도 이용할 수 있다"면서 "(와이파이 인증의무화로) 사전에 진입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보안 문제는 무선구간 암호화로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반폰도 DRM 개방...사이드로딩 허용, 앱스토어 개방

일반폰에도 DRM을 개방하는데, 3월부터 확대해 올 해 50%이상 적용할 예정이다. 사이드로딩을 허용해 데이터 요금을 낮추고, 외부 포털이나 외국계 앱스토어도 티스토어처럼 서비스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하성민 사장은 "우리도 멜론이란 투자회사가 있어서 DRM을 오픈하면 매출에 타격이 올 수 있지만, 전체 시장을 키워 소비자를 늘리기로 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2009년 1천억원이었던 디지털 음원 시장이 2010년 10%이상 성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에 집중... 연내 200만대 스마트폰 보급

하 사장은 "당분간 안드로이드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내놓겠다"며 "구글의 최대 장점은 고객이 원하는 유선과 똑같은 인터넷 환경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며, 웹서핑이나 멀티미디어 등에서 다른 운영체제보다 경쟁력이 있고, 구글의 모바일 서비스도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18일 모토로라와 함께 첫 '안드로이드폰' 시연회를 연다.

앱스토어로 개발자 인력 양성할 것

하 사장은 또 "3월 오픈하는 서울대 SK텔레콤 교육관에서 모바일 지원 교육을 할 예정이며, 산학교류도 늘리겠다"면서 "여기에 100억원 정도의 개발자 펀드 등을 지원하면 올 해 1만5천명 정도로 예상되는 앱스토어 관련 개발자 인력이 2년뒤에는 6만명 정도로 확대돼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방정신 돋보여…추후 실질적 노력이 관건

이날 발표된 계획 중 눈에 띄는 점은 와이파이 지원단말을 늘리고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통신회사들은 늘어나는 데이터 용량을 처리하기 위해 와이파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휴대폰에 관련 기능을 집어넣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와이파이로 무선인터넷을 쓰면 데이터 통화 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와이파이를 넣었다고 해도, 가두리쳐서 내 고객만 사용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내 고객은 우리 와이파이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보안이 위험하니 무인증 공유기(AP)에 대해서는 접근을 제한하거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걸어 내 고객만 사용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SK텔레콤은 와이파이를 일반폰에도 넣으면서, 연내로 25종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또한 보안 문제는 인증강요가 아닌 무선인터넷 구간 암호화로 해소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이통망(3G)을 이용하지 않아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날 SK텔레콤이 구체적인 와이파이 투자계획을 밝히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칫 무료 와이파이는 흉내만 내고, 비싼 이통망(3G)이 주력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 사장은 "결국은 네트워크 구조도 변화돼야 할 것"이라면서 "WCDMA 기지국을 1천개 이상 신설하고 광중계기 등을 이용해 3G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와이브로와 연계해 와이파이를 효율적으로 투자하며, 궁극적으로는 데이터로 적합한 망 구조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국내 인터넷 업계는 구글이나 애플같은 비면허 글로벌 사업자와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API 개방을 뛰어넘는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한 임원은 "상생이라는 말은 단순히 돈을 나눠갖거나 못사는 사람을 도와주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무선인터넷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국내 단말기, 국내 통신사, 국내 인터넷업체가 협력해 하나의 에코시스템으로 겨뤄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국내에 쏟아지면 PC 인터넷에서 힘을 못쓰던 구글이 무선인터넷에 최적화된 서비스나 지메일 등으로 대중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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