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면 바로 작동되는 PC가 곧 나옵니다."
'검색 제왕'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도하는 PC의 기본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지루한 부팅 과정을 없앨 뿐 아니라 웹 기반으로 구동되는 PC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호언장담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크롬 OS다.
구글은 19일(현지 시간) '크로미엄(Chromium) OS'란 프로젝트 명으로 불렸던 크롬 OS를 전격 공개했다. 구글의 계획대로라면 크롬 OS는 1년 후 넷북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크롬 OS 넷북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칩만 장착하고, 나머지 모든 작업은 웹에서 수행하게 된다. 간단한 문서 작업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얘기다.
◆모든 작업 웹에서 수행
그 동안 PC 사용자들이 가장 불편하게 느낀 점 중 하나는 지루한 부팅 과정이다. OS를 비롯해 PC에 깔려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들이 작동하기 위해선 부팅 과정을 거쳐야 했다.
구글은 크롬 OS를 웹 기반으로 구현하면서 이런 문제점을 없애버렸다고 강조했다. 아예 TV처럼 켜면 바로 작동되는 방식으로 바꿔놓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19일 크롬 OS 시연 때 부팅 시간은 7초에 불과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구글 측은 "(크롬 OS 넷북은) 켜기만 하면 웹에서 각종 애플리케이션으로 바로 작업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크롬 OS가 부팅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작동하도록 한 것은 대부분의 작업을 PC가 아니라 웹 기반으로 하도록 설계한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각종 데이터는 인터넷 서버에 자동 저장된다. 따라서 크롬OS 넷북에는 데스크톱 형식의 프로그램은 아예 없다.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 측은 "사용자들이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아무것도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구글은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들을 무료 제공할 방침이다. 이런 정책은 이미 안드로이드 폰에서 적용해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윈텔 패러다임 뒤흔들까
구글은 크롬 OS 넷북이 일반적인 노트북과 정면 대결하는 제품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복잡한 작업들은 통상적인 PC나 노트북에서 수행하고 크롬 넷북은 간단한 문서 작업용으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또 크롬OS 넷북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오프라인 상에서도 쓸 수는 있지만 주된 기능은 인터넷에 연결한 상태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롬 OS 넷북의 이런 기능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구글이 '서브 노트북'이라고 강조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그 부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경우엔 불만을 쏟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넷북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소비자들은 인텔의 기본 컨셉트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채 '모자라는 성능'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따라서 구글 역시 크롬 OS 넷북을 시장에 정착시키기 위해선 이 부분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롬 OS 넷북은 MS와 인텔이 주도하는 PC 패러다임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또 오피스를 비롯한 각종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도 뒤흔들어놓을 가능성이 있다.
크롬 OS 넷북과 같은 제품이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PC 혁명 초기 등장했던 네트워크 컴퓨터(NC) 역시 비슷한 개념을 들고 나왔다가 무참히 실패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NC는 지나치게 일찍 등장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크롬OS 넷북은 인터넷 환경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나왔다는 이점이 있다.
'윈텔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는 MS와 인텔이 구글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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