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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22주기, '촛불' 다시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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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서거 후 시국선언 줄이어…정권퇴진 운동 확대는 미지수

6월 정국이 심상치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사회 전반적으로 '反 이명박 정권'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월에 정국을 뒤흔들만한 대형 이슈들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6월은 작년 '광우병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 1년을 맞는데다 오는 10일은 6.10 항쟁 22주기이다. 또 6월에 민노총 등의 총파업도 예고돼 있는 상황.

특히 이번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은 지난 1987년 6.10 항쟁과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6월 항쟁 당시에는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긴 서울대생 故 박종철 씨의 고문치사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면, 이번에는 검찰의 압박으로 자진을 선택한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기폭제가 됐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전국에 500만여명의 추모 인파가 분향소를 직접 방문해 조문했고, 정부여당의 지지도는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야당에 밀리는 등 대대적인 정부 비판 여론이 형성돼 있다.

학계와 종교계 등 자발적인 시민들의 시국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유사점이다. 사회인사 '100인 선언'에 이어 서울대 등 전국 각지의 대학 교수들도 盧 전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4년여 만에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또 대학생들 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나서는 등 대대적인 반MB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을 지내는 등 1990년대 통일운동을 이끈 강희남 목사(89)가 지난 6일 "제2의 6월 민중항쟁으로 살인마 리명박을 내치자"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로 인한 파장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비판 여론의 결집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 또한 지난 6월 항쟁 당시 결성된 '박종철 고문살인은폐조작규탄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와 그 성격이 비슷하다.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 4당과 민생민주국민회의 준비위원회 등 시민단체 연합, 사회각계 원로들, 네티즌단체 등은 지난 5일 '6월 항쟁 계승 민주회복 범국민대회 준비위'를 결성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0일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와 현 정권의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대대적인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현 정권에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 ▲검·경찰을 앞세운 강압통치 중단 및 反민생·민주 악법 철회 ▲부자편향 정책 중단과 서민살리기 정책 최우선 시행 ▲남북 간 평화적 관계 회복 등을 즉각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MB정부의 강경기조도 지난 전두환 정권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영결식 당시 경찰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연행 계획을 세운 문건이 발견됐다. 실제로 지난 30일 경찰은 노제가 끝나자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참가한 조문객들을 신속하게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72명을 무더기로 연행하기도 했다.

이어 유가족 측의 요구에도 불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 낭독을 거부하고 화물연대의 집회 때 대나무가 경찰공격용 무기로 쓰였다는 이유로 노 전 대통령 노제에 쓰인 만장(輓章) 깃대를 PVC(폴리염화비닐)로 교체할 것을 지시하는 등 정부비판 여론 조성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노 전 대통령 서거 기간 동안 경찰버스를 동원해 민주화의 성지라 불리는 서울광장을 전면 폐쇄하기도 했다.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추모행사를 빙자한 가두시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해 현 정부의 강경기조를 그대로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서거 정국이 6월 항쟁 만큼 대대적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6월 항쟁은 기본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4.13호헌조치(대통령 선출 간선제 유지)'로 인한 '반독재 투쟁'의 성격으로 대대적인 국민적 저항운동이 응집될 수 있었지만, 이번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정권 타도 분위기까지 갈 만한 동력으로서는 다소 약하다는 측면 때문이다.

노사모 회원 중에서도 일부는 반정부 운동이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노 전 대통령의 뜻과도 맞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또 87년 당시에는 오랜 군사정권을 겪으면서 시민들이 공안정국에 대한 저항의식이 뿌리깊게 잠재돼 있었지만, 문민정부 출범 이후 10여년 동안 공권력에 대한 저항의식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 쇠고기 촛불집회 후반에는 경찰의 강경진압 이후 참석자가 대폭 줄기도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오는 10일 집회는 어디까지나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치를 예정"이라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표적수사 등 잘못된 관행과 국정기조를 전환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이지, 정권퇴진 운동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대한문 분향소를 다녀온 적이 있다는 한 대학생도 기자에게 "노 전 대통령 서거도 서거지만 지금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취업"이라며 "기말고사 기간인데다 정치적인 이슈에는 신경을 거의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서울광장에 나서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MB정부가 시민들의 현 국정 기조에 대한 반발여론에도 불구, 공안정국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맞불을 놓는다면 범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6.10 항쟁 전날에도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연세대에 재학 중이었던 故 이한열씨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끝내 숨졌고, 이 사실이 시민들에게 알려지자 반정부 운동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게 커져 결국 당시 민정당 대표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 선언'을 이끌어낸 바 있었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사진=정소희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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