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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티맥스 '위기설'이 성장통으로 끝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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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소프트웨어(SW) 업체 티맥스소프트가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창업자인 박대연 회장이 항간에 떠도는 KT로의 매각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직접 표명하는 자리였지요.

이날 박대연 회장은 KT매각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 일축했습니다. 그는 또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유동성 위기설, 2010년 나스닥행 연기에 관한 이유를 일일이 설명했습니다.

박 회장은 특히 토종 SW업체인 티맥스소프트를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SW업체로 키우겠다는 의지는 변함없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기자는 박대연 회장의 말을 들으며, 지난 해 11월 티맥스소프트 '티베로 데이'에서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티베로 데이는 티맥스소프트의 연례 행사입니다. 당시 대표로 있던 박대연 회장은 기조 연설을 통해 티맥스의 목표 세가지를 언급했습니다.

첫째는 올해 4월 국산 토종 데스크톱 운영체제(OS)인 '티맥스윈도'를 출시하는 것. 둘째는 2008년 매출 목표 1천600억원 달성에 이어 2010년 3월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 셋째는 DBMS 시장에서 오라클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는 당시 국산 SW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티맥스의 목표가 꼭 이뤄지길 기대하며, 2009년 국산 SW업계에 한줄기 희망이 돼줄 티맥스소프트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리라 다짐했습니다.

MS, 오라클, IBM 등 굵직한 글로벌 SW 업체에 밀려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국산 SW업체가 대부분인 현실을 감안할 때, 티맥스소프트의 도전은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티맥스는 지난 해 경영 실적이 급속히 악화된 데 이어, 올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각설, 유동성 위기설 등 다양한 루머들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티맥스는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련된 기자간담회인 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기자 역시 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경영 루머에 관한 해명을 직접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 회장이 지난 해 목표로 제시했던 세 가지는 아직 요원합니다. MS 아성에 도전할 토종 OS '티맥스 윈도'는 윈도와의 호환성과 제품 완성도를 이유로 7월로 출시가 연기됐습니다.

2010년 나스닥에 가겠다는 목표는 코스닥행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DBMS 시장에서 티맥스의 입지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DBMS 시장에서는 저가 수주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1분기 실적도 초라합니다.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감소했습니다. 2007년 대비 81%나 줄어든 지난 해 영업이익을 회복하기에 벅차 보입니다.

지난 해 야심차게 선보였던 임베디드OS와 서버용OS는 출시 1년이 넘었지만, 하드웨어 업체와의 제휴 및 수요처 부족으로 매출을 내고 있지 못합니다.

물론 목표라 해서 모두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불어닥친 경기 침체 한파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분기 실적이 나쁜 것도 SW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산 대표 SW업체인 티맥스가 왜 매각설 등 악성루머에 시달리며 긴급 기자회견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는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오던 티맥스가 간과한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신뢰'입니다.

신뢰는 기업의 생명과도 같습니다. 특히 글로벌 경제 위기가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은 일관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군다나 기업의 비즈니스를 좌지우지하는 IT시스템을 다루는 SW업체에게 있어 신뢰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티맥스가 그 동안 보여준 행보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과다한 목표를 제시하고, 습관처럼 이를 수정한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양치기 소년'과 같다는 인상을 줄 정도입니다.

이제는 화려한 수식어로 점철된 목표치를 단순히 '발표'하는 것보다, '수치'로 증명하는 것. 외산과 토종의 대결로 애국심을 부추기는 것보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등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박 회장의 꿈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닙니다. 오라클, IBM 등 굵직한 SW업체를 제치고 국내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분야 5년 1위를 지키고 있는 티맥스는 국산 SW업체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2천여명의 인재를 채용해 국내 개발자 토양을 풍성히 하고 있는 점, 데이터베이스(DB)·운영체제(OS) 등 핵심 SW 개발에 주력한 모습은 백번 칭찬해도 아깝지 않습니다. 국산 SW업체 최초로 매출 1천억원 고지를 달성한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SW업체와 어깨를 견줄 일도 머지 않았습니다.

다만 앞만 보고 달려온 티맥스는 이제 뒤를 돌아볼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해 보입니다. 박대연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듯 '외형보다는 내실 키우기'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성장에 묻혔던 신뢰를 회복할 때라는 겁니다.

흔히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합니다. 티맥스의 현 위기는 미래 글로벌 SW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이라 생각합니다. 티맥스소프트의 도전을 무모한 도전이라 몰아세우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위기가 전진을 위한 한발 후퇴이길, MS를 꿈꾸는 토종 SW업체의 도전이 성공하길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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