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한미FTA 비준안 기습 단독상정…야당 강력 반발

한나라당이 18일 소속 의원 10명만 참가한 가운데 한미 FTA 비준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기습 상정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장외 투쟁을 선언하는 등 여야의 극한 대치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정몽준, 남경필, 정진석, 황진하, 김충환, 이춘식, 정옥임, 구상찬, 홍정욱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하고 이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겼다.

박 위원장은 "유례 없는 폭력으로 헌정이 유린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상임위 개최가 어려워 위원장이 예정된 시간에 예정된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러한 한나라당의 한미 FTA 기습상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장외 투쟁의 뜻을 밝혔고, 자유선진당은 절차적 문제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기습 상정에 대해 장외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늘 국회의장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상정을 강행한다면 소수자와 약자의 입장을 국회에서 대변하는 길이 막혔다는 점을 확인하고 우리는 장외 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거대 여당이 제 1야당을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죽고 사는 전쟁의 대상으로 선언하는 마당에 더 이상 국회에서 토론의 장은 없다"면서 "국회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므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고 투쟁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의 한미 FTA 상정에 대해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자유선진당 외통위원인 이회창 총재가 박선영 의원이 2시 정각 회의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상정은 끝났다고 했다"면서 "회의시간인 2시 이전 상정한 것은 중대한 사유로 무효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회의시간 변경은 참석자들에게 고지해야 하는데 반대의사가 있는 의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들만 상정했다면 무효"라면서 "한나라당이 의회민주주의의 종말을 고하고자 하는 저의가 없다면 지금 즉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한미 FTA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