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을 둘러싼 한반도 대운하 논란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말이 없다.
지난 6월 촛불파동 당시 이 대통령은 '국민이 원치 않으면 하지 않겠다'며 대운하 추진을 폐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에 14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키로 한 데 대해 야권은 '4대강 정비는 대운하 1단계'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등 대운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의혹이 확산되자 정부여당은 연일 '4대강 살리기와 대운하는 무관하다'며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최상철 위원장은 1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4대강 살리기와 대운하는 근본적으로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역시 지난 6월 이 대통령의 대운하 언급을 상기시키며 "대운하 문제에 대해 입장 변화가 없다"고 확산 차단에 나섰다.
앞서 청와대 박재완 수석도 16일 "물 부족 현상에 대비해 충분히 수량을 확보하고, 물난리를 예방하자는 것이고 영산강·낙동강 하류의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4대강 정비사업의 목적을 설명했다. 또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4대강 정비사업은 분명히 대운하 사업이 아니다"라며 "(4대강-운하를)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거들고 나섰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4대강 정비는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자꾸 정쟁화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인데 이제 4대강 물길 살리기를 정쟁의 족쇄에서 풀어주자"고 4대강과 대운하의 연계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처럼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와 여당이 일제히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지만 대운하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때문에 당내에서도 이 대통령이 대운하 중단을 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 "다른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이 (대운하 중단을)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한 초선 의원도 최근 기자와 만나 "대통령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을 하신 만큼 일단 그 말을 믿어야 한다"면서도 "야당의 공세로 자칫 이명박 정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통령이 어느 정도 선을 그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대운하를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라"며 청와대를 몰아세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지난 15일 청와대 조찬회동에서 이 대통령에게 "국민이 원치 않으면 대운하를 절대 안 한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는 대목이 주목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단지 "(이 대통령의)직접적인 말씀은 안 계셨고, 제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며 "결국은 그것은 국민이 원치 않으면 안 한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뜻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한다"고 추측할 뿐이다.
이 대통령의 '침묵' 배경에는 이 대통령이 대운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국민이 원치 않으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는 만큼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대운하 추진 '여지'를 남겨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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