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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결 속 개성공단 中企 '파탄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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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되면 피해액 2조5천억원…정치권·정부 구제책 미흡

북한이 예고대로 1일부터 남북 육로 통행의 엄격한 제한·차단 조치를 시작하면서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파탄' 지경에 이르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활동은 보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를 언제든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상황에 따라 폐쇄 조치가 내려질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일단 북한의 '12.1' 조치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각종 교류·협력 사업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하게 됐다. 12.1 조치는 남북간 교류협력 목적 등의 통행제한과 차단, 인원수 축소, 개성공단 상주인원 감축 등을 담고 있어 이미 상주기업들의 주문, 생산 등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관계 급랭과 북측의 강경 조치로 1차 피해에 이어 위기의 확대 재생산으로 인한 경영·자금난 등 2차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또 남북관계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바이어로부터 계약을 취소당하거나 금융 대출심사가 중단되는 등 벌써부터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남북이 강(强) 대 강(强)으로 맞붙고 있고 대치기류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줄도산까지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구제책마저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기업의 피해는 2중, 3중으로 가중돼 부도 직전 상황으로까지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남북관계 급랭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여 있을 뿐,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속을 더욱 태우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고사위기…자금줄·수주 끊겨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도 북한이 '1차적 조치'라고 표현한 만큼 '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기업들은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탄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애로 간담회'에 참석한 25명의 입주기업 대표들은 '개성공단 폐쇄' 전망까지 나오는 등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북측의 통행금지 발표 이후 바이어나 구매처의 계약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한 개성공단 입주 업체 사장은 "지난 24일 북측의 발표 이후 바이어들을 만나 납기 확약을 확인하고 (바이어를)설득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기업 활동의 애로를 털어놨다. 또 다른 기업 대표는 "의류 제조업체가 최근 내년 봄 옷 제조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개성공단 불안감 때문에 원자재를 거둬갔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또 다른 대표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의 북측의 통행금지 발표 이후 발주 물량이 줄거나 취소당했다"고 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남측으로부터도 피해를 입고 있는 등 2중, 3중의 고충을 받고 있다. 개성공단이 언제 폐쇄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개성기업들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 중단과 신용보증기금의 심사가 중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북측의 통행제한 발표 다음달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심사를 나중에 하자고 연락이 왔다"며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정상인 사업까지 연계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최근 입주기업인들 사이에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 근로자 기숙사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개성공단의 인력수요가 늘어 개성 이외 지역에서 온 근로자들이 살 기숙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기숙사 문제는 개성공단 개발 초기부터 예정된 것으로 지난해 착공하기로 하고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핵문제 등이 연계되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는 중기중앙회 명의로 '중소기업이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대정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이들은 또 "남북 갈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 접근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위기의 개성공단…폐쇄되면 직·간접 피해액 2조5천억원

개성공단에는 현재 섬유·전자부품·기계금속 등 업종의 88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상주 인력을 축소하는 조치만 취해 외형상으로는 공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로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기업활동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언제든 남북 협상카드로 활용될 공산이 커 개성공단 폐쇄조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통일국제협력팀장은 "지난 10년간 남북 관계는 경제적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북한은 최근 우리 정부의 활동이 북한 정권의 정치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제재는 단계적으로 수위가 높아질 것이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개성공단사업이 중단되면 남북의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남측으로서는 5천억에 달하는 투자손실이 발생할 뿐더러 입주업체가 부도 사태를 맞을 경우 협력업체 도산을 포함한 손실액은 예상하기도 힘들 정도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난 2004년 12월 첫 가동 이후 4년 동안 4억6천만달러어치를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도 3만5천명의 근로자 임금 등으로 해마자 30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막대한 수입을 개성공단에서 얻고 있는 셈이다.

현재 개성공단에 투입된 돈은 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구축 6천600억원, 공단부지 조성 등에 3천100억원, 입주기업 투자금액 4천500억원 등으로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1조4천여억원 대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여기에 간접 투자 손실까지 더하면 전체 피해규모는 2조5천억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개성기업 구제책 실효성 없어…폐쇄해야 '보험금' 지급 가능

북한의 12.1 조치로 개성기업들의 피해가 심화되면서 정부의 피해 구제책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정부의 보험금은 '개성공단 폐쇄'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실제 '개성 폐쇄' 조치까지 기업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상당수는 북한의 저임금을 활용한 섬유 등 분야의 기업들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출했다. 1단계 1차 분양기업들은 남북협력기금으로 투자비용의 50%까지 대출 받았으며, 2차 업체들에는 신용보증기금 특례 조항을 통해 신설된 자금 100억원까지 보증해주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이 중소형 기업으로 이미 대부분 자금줄과 수주마저 끊기고 있어 12.1 조치는 기업의 사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북측의 귀책사유로 투자분에 대한 손실을 입으면 남북교역·경협 보험의 손실 보조를 받는다. 2개성공단 등 북한 지역에 국내 기업이 투자한 뒤 북측의 강제 수용, 송금 제한, 당국간 합의 불이행 등으로 손실을 입으면 남북협력기금에서 손실의 일부를 보조해 준다. 보험 가입 기업들은 유사시 최대 50억원 한도에서 90%까지 계약·투자금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다.

현재 개성공단 88개 입주기업 중 70여개 기업이 이 보험에 가입해 있다. 하지만 보험금은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에나 지급되도록 돼 있어, 개성공단이 폐쇄될 때까지 입주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정부 구제책의 실효성에 해당 기업들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남북경협시민연대 추정에 따르면 개성공단 폐쇄시 투자 손실은 최소 5천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외통위에서 개성공단 폐쇄시 경협·교역 보험에 따른 입주기업 손실 보조 방안과 관련, "현재 69개 입주기업이 보험에 가입해 있다"며 "(보험금으로)2천억∼2천500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파탄 지경인데 정치권은 '정쟁'

12.1 조치 전부터 개성입주 기업들의 피해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데다 남북 강경기류가 장기화될 우려를 낳고 있지만 정치권은 책임공방에 휩싸여 있을 뿐, 개성입주기업들에 대한 구제책은 뒷전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야 3당 대표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이에 한나라당은 야당의 공조는 '시대착오적 반정부 투쟁'이라며 맹비난하는 등 날카롭게 맞붙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입주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 외통위 소속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하지만 지금은 입주기업들이 한가하게 기다릴 틈이 없다"면서 "최소한 개성공단 보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현재 50억의 경협 보험을 대폭 늘려 기업이 최소한 투자금을 회수토록 하고 ▲지난해 중단됐던 기업들에 대한 운영자금 대출 ▲남북경협기금 대출 상환 유예 등의 구체책을 제시했다.

그는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개성입주 기업들에)운영자금 손실까지 시급히 마련해줘야 기업들의 급한 불을 끌수 있다"며 "또 기숙사 건립문제, 개성공단 3통(통신·통행·통관) 문제를 북한측이 개선할 수 있도록 기자재를 제공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의 잘못도 있지만 북한의 이러한 '벼랑끝' 전술은 (정부의) 비핵·개방3000 충돌로 빚어진 일"이라면서 "실용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가 실용외교·친기업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대북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은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시 지급해야 보험금이 2천500억 가량으로 책정하고 있는 데 대해 "무성의하고 책임없다"며 기업들의 피해금액이 수십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 정부의 실질적인 구체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보험문제가 (정부는)2천500억정도라고 하는데 해당 기업들이 그 정도만 손해를 보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일부에선 1조까지 (피해액을)예상하고 있는데 단순한 보험액만 가지고는 안된다"며 "단순계산해서 보험만 해결해 줄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까지 해야 할지, 어느 수준의 배상을 해줄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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