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發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공황상태로 치달으면서 MB노믹스도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이명박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100대 국정과제는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가 마련했던 과제 193개를 수정·보완한 것으로 ▲녹색성장 ▲식품안전 ▲능동복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야심찬 계획을 내놨지만 시장을 암울 그 자체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주요국 증시가 흔들리고, 국내 코스피지수가 1천300선 아래로 곤두박칠 쳤으며 원달러 환율은 1천400선을 돌파하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내 기업에선 자금줄이 말라가고 중소기업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데다 금리가 뛰면서 가계 부실 우려가 높아지는 등 국내 경제도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청와대도 대내외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관련 부처와 정보를 실시간 교환하고 대책회의를 수시로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약발'은 좀처럼 먹히지 않고 있다. 증시 및 환율은 걷잡을 수 없이 출렁이고 있어 심리적 불안감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는 환율 폭등과 달러 유동성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외환시장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은 탓이 크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이런 상황이 온 것은 신뢰의 위기 때문"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여러번 얘기했지만 이 대통령은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렸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정부여당은 '야당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 '경제위기설은 과장됐다'고 낙관론을 설파해 왔다.
당초 강만수 경제팀은 지난 3월 대내외 경제여건이 나빠지고, 경기하강 추세가 분명한데도 이른바 'MB노믹스'에 기초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6%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나마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올해 성장률이 4%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자 수정한 것이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한 것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이라고 낙관적인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바 있다.
강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수장들 역시 '9월 위기설', 미국發 금융위기, 키코 등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외환 보유고는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도 러시아 방문중인 지난달 30일 "금융 위기로 유럽과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주가가 전부 하락한데 비하면 한국의 물가와 주가, 환율의 충격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은 편으로 평가된다"고 낙관적인 인식을 보여줬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낙관적 전망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달러 기근이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경제가 휘청이자 불과 10여일 만에 정부여당은 현 상황을 위기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대응자세로 선회했다.
특히 낙관론을 폈던 강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퍼져나갈 것으로 생각하며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 장관은 "유가가 오르고 리먼 사태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와 실물경제 위기가 동시에 오고 있다"고 진단한 것.
상황이 다급해진 이 대통령도 직접 거들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달러가 귀해지니까 일부에서 달러를 사재기 하고 있다"며 "국가가 어려울 때에는 개인이 욕심을 가져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외환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가 보유한 외환과 단기로 돌아온 것을 상쇄하는 데는 충분한 여유가 있다"면서 "지금 갖고 있는 2천600억 달러는 모두 현금화할 수 있는 것으로 외환에 근본 문제는 없다"고 위기감 확산 차단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전 세계적인 유동성 불안심리에 따른 달러 비축 탓에 각국 통화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 환율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외환시장의 불안감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외채 및 외환보유액 수치를 자세히 설명하며 은행과 기업 등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불안감 차단에 주력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중소기업의 무더기 몰락과 경상수지 악화, 대량 실직 등의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정부의 일자리 공급 확대 방침에 부응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채용 확대 계획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고용이 악화되면 내수가 침체되고 이는 경기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MB노믹스는 꽃도 픽 전에 시들 수 있다.
또한 촛불파동 이후 겨우 안정세로 돌아섰던 국정운영이 금융위기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당장 이 대통령 지지율이 20% 대에서 벗어나고 못하고 있다. 정책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각종 악재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이 대통령과 여당이 이 고비를 제대로 넘기지 못할 경우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집권 초기 겪는 심각한 금융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MB노믹스의 근본 기조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황과 환경이 바뀌면 정책의 큰 방향도 수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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