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규제 논란 가운데 최대 관건은 유해한 것으로 보이는 게시글을 누가 어떻게 판단하고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 방법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판단을 할 만큼 해결책 마련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게시글 처리 방법을 만들 때 지켜야 할 원칙만큼은 어느 정도 공유되고 있는 듯하다. 인터넷의 빠른 전파 속성을 고려할 때 신속성의 원칙을 지킬 수 있어야 하며, 그 처리 대책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큼 공정성의 원칙이 수반돼야 한다. 또 공정성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판단의 주체에 대한 독립성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인터넷 게시글 규제 조치들의 경우 이 3원칙 가운데 어느 하나를 도외시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 많다.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 게 숙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포털, 게시글 처리 어떻게 하고 있나?
현재 명예훼손과 관련된 게시글에 대해서는 어떤 절차로 중단되고 있을까. 네이버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네이버는 고객센터내에 '게시중단요청 서비스'를 설치해 놓고 있다.
우선 명예훼손과 저작권 침해 등의 이유로 게시중단 요청을 할 때는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본인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를 표시해야 한다. 또 게시중단 요청 게시물이 소재하는 서비스 상의 위치와 게시중단 요청 부분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저작권 침해의 경우 본인이 권리자임을 표시하는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됐을 때 웹상으로 신고하게 되면 SMS를 통해 본인 인증을 받고 신고가 접수된다. 이후 네이버 측에서 처리결과를 메일로 통지한다. 우편물의 경우에는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우편으로 보내면 접수즉시 처리되고 역시 메일로 통보하고 있다.
관련 법적 근거는 저작권법 제102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제한), 제103조(복제·전송의 중단), 명예훼손의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에 따르고 있다.
게시중단 요청이 들어오면 SMS로 본인인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거의 실시간으로 블라인드 조치(임시조치)가 내려진다.
네이버에 따르면 게시글 중지 요청의 경우 ▲명예훼손 및 기타권리 침해 ▲ 저작권 침해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명예훼손의 경우 사생활 침해, 허위사실 유포, 초상권 침해, 영업권 침해, 상표권 침해 등의 유형이 있고 저작권 침해는 음원, 영상, 소설 등 저작물에 대한 권리 침해가 대부분이다.
다음에 의하면 블라인드 조치 사례로는 ▲특정 사업장의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어 개인의 감정을 중심으로 비방하는 사례(프랜차이즈 음식점, 병원 등) ▲종교적 분쟁(어떤 종교에 대해 비방할 경우 종교단체 등의 신고) ▲커뮤니티 등에서 발생한 회원간의 감정 싸움 등이 있었다.
다음 관계자는 "워낙 신고 사례가 천차만별이라 분류가 어렵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개인과 기업의 신고 비율이 2대 8정도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포털 게시글 규제 3원칙…'신속' '공정' '독립성'
포털의 게시글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곳곳에 명예훼손, 사실과 다른 게시글이 있다. 관건은 이러한 부작용을 얼마나 공정하고 독립적이면서 신속하게 해결하고 처리하느냐는 점이다.
이같은 측면을 고려할 때 최근 정부나 사법 기관이 제시하고 있는 게시글 처리 대책은 각각의 경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의 게시글 원칙은 신속성에서 결함이 있고 서울고등법원의 게시글 판결은 공정성과 독립성 부분에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또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포털정책협의회도 공정성과 독립성 부분에서 몇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인터넷 게시글 원칙은 이처럼 부분적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 그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대안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포털, 게시글 임의 삭제 할 수 없다"(신속성 결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21일 포털의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중 고객의 게시물을 구체적 근거없이 삭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변경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약관에는 "게시물 등을 회원의 사전 동의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의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정위는 "포털사는 게시물이 사생활의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라 임의로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게시물의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제 102조와 103조에 의해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털 약관은 관련법률 등 구체적 사유나 필요성에 대한 근거없이 포털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게시물을 일방적으로 수정,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즉 고객의 게시물에 대해서는 포털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삭제할 수 없으며 반드시 관련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공정위가 접근한 모습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 결정은 신속성면에서 문제점이 있다. 인터넷에 게시글이 올라가게 되면 일파만파로 퍼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부분이 사실 가장 무섭고 부작용이 증폭되는 기능이다.
공정위의 게시글 원칙이 관련 법률에 근거해 도출하고 있지만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원 "게시글, 포털이 판단해 삭제"(공정성, 독립성 결함)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가 판결한 게시글에 대한 원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인의 자살과 그 자살의 원인으로 K씨가 거론되면서 포털에 자신의 실명과 직장, 학교, 전화번호가 공개되면서 네티즌의 사이버 폭력 등 큰 피해를 당했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된다고 김씨는 주장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네이버 등에게 손해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네이버 등 4대 포털)들이 원고(K씨)의 피해 확산에 관해 이를 인식 또는 예견할 수 있었고 또 그 결과를 회피할 수도 있었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들이 원고 관련 게시글의 존재를 알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에서 원고의 요청이 없더라도 이를 즉시 삭제하거나 그 검색을 차단할 의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요청이 없더라도' 그 피해 확산을 예견할 수 있다면 포털이 스스로 '삭제하거나 그 검색을 차단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용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사전에 포털이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다.
게시글의 피해 확산이 예견되는 경우에는 포털이 즉시 삭제하거나 차단해야 된다는 법원의 주문인데 이는 신속성에 있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포털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에 곧바로 조치가 들어갈 수 있게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성과 독립성 부분에서는 심각한 단점을 지니고 있다. '예견될 수 있는 결과'라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 잣대일 수 있으며 '원고의 요청이 없더라도'라는 부분은 공정성에 있어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다.
포털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게시글을 삭제할 수 있게 되면 포털의 구미에 따라 게시글이 삭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의 게시글 원칙은 이런 측면에서 신속성은 담보할 수 있을 지 몰라도 공정성과 독립성 측면에서는 거리가 먼 주문이다.
서울고법의 게시글 판단은 포털에 무한한 권력을 쥐어주는 꼴이다. 포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의적으로 판단해 삭제하거나 혹은 특정기사의 경우(예컨대 특정기업의 비리기사 등) 검색을 차단해 노출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김모씨 사건의 전말은?
2005년 4월 김모 씨의 여자친구 서모 씨가 자살했다. 다음 달, 서 씨의 사연을 서 씨의 어머니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후 포털을 통해 게시물이 확산됐다.
김 씨는 네티즌들의 압박으로 직장과 학교를 그만두었고 같은 해 7월 네티즌, 기자 등 80여명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야후 코리아 등 포털 네 곳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08년 5월, 네티즌 및 기자에 대한 형사소송이 합의 및 벌금형으로 각각 종결됐다. 포털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은 2007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승소 판결이 났고, 항소심에서는 지난 7월 고법에서 1심보다 2배 정도 배상액이 늘며 일부승소했다.
김 씨의 소송을 도운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변희재 정책위원장(실크로드 CEO 포럼 대표)은 김 씨 사건 사건을 두고 "포털을 통한 명예훼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운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변 대표는 2005년 김 씨가 네티즌들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 먼저 김 씨에게 접촉했다.
"처음 만났을 때 김 씨는 어떻게 사태를 해결해야 할 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개똥녀' '서울대 도서관' 사건 등이 있었지만 포털에 의한 명예훼손 문제에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없었다."
나중에 김 씨를 공격한 네티즌들을 만났을 때 그들 모두 "잘못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변 대표는 "당시 포털은 피해신고를 전화, 이메일이 아닌 우편으로만 받았다. 신고하는데만 일주일이 걸렸고 삭제하는데는 한 달이 걸렸다"면서 개인 명예훼손을 시급히 조치하겠다는 인식이 해당 업체에 전혀 없었다고 피력했다.
변 대표는 "그 사건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끝장났다. 배상금액과 상관 없이 피해구제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김 씨는 형사사건에서 다 무결로 판명났지만 설사 죄가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사람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 법원도 아닌 일반 네티즌들이 인민재판을 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변 대표는 김 씨 사건 이전부터 포털 문제를 줄곧 지적해 온 인물로 유명하다. 김 씨 사건을 포털 규제 강화를 위해 일정 부분 '이용'한 측면이 있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는 "결과적으로 보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때는 결과를 예측하고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포털이 글만 내려주면 되는데 모두 '표현의 자유'만 말하니 답답해서 나섰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고법의 판결은 포털이 명예훼손의 위험을 예견할 수 있으면 스스로 게시글과 관련 기사에 대한 차단을 해야 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포털이 문제 게시물을 알아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부작용은 없을까.
변 대표는 "형사판결과 달리 민사판결은 일반적으로 중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럴 걱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것이다. 재판부가 김 씨 사건의 경우에 포털이 알아서 삭제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것이 하나의 선례로 남을 가능성은 없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그는 언론사 사이트가 문제 있는 댓글은 자진 삭제하듯이 포털도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대표는 "언론사는 댓글에 노골적인 인신공격이 있으면 그대로 둘 수가 없다. 누가 신고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보이는 족족 지운다. 포털은 네 차례에 걸쳐 법원으로부터 언론사라는 판정을 받았는데, '우리는 판단할 수 없다' '정부가 판단해 달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사이트 운영의 책임을 지지 않고 네티즌이 범죄자 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클릭수 늘려 돈을 벌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자율규제 강화하겠다"(공정성, 독립성 결함)
인터넷 규제 이슈가 불거지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는 산하에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NHN, KTH, 코리아닷컴, 하나로드림(이상 가나다순) 등 6개 포털사가 참여하는 '건강한 인터넷을 위한 포털정책협의회'(이하 ‘포털정책협의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포털정책협의회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핫라인 구축 및 이용자 교육 등 업계 공동의 사업을 발굴해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포털들이 자율규제를 대폭 강화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6개 포털사들이 핫라인을 구축해 문제가 되는 게시글 등의 경우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각 포털사들이 개별적으로 처리해 온 이용자 게시물에 대한 처리 상황을 공유함으로써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이다.
허진호 회장은 "이용자 게시물 중에서 음란물, 욕설, 개인정보 노출 등 누가 봐도 불법성이 명백한 것들에 대해서는 각 포털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해 왔으나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판단 등 그렇지 못한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포털 업계가 공동으로 협의해 정당한 게시물은 부당한 삭제로부터 보호하며 잘못된 게시물로 인한 이용자 피해도 막겠다는 취지에서 발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가 나서서 부작용에 대해 공동대응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공동대처에 나서겠다는 것은 한걸음 진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말 그대로 포털정책협의회이기 때문에 포털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각종 혼란스러운 정책과 정부의 규제안에 대해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이용자 보호 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도 진행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에 정책을 건의하기로 했다"는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임시조치 하지 않으면 처벌"(공정성, 독립성 결함)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7월 22일 피해 주장 당사자가 포털에 요청할 경우 포털은 의무적으로 '블라인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이 임시조치를 하지 않으면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에 명예훼손 등에 대한 권리침해가 있으면, 당사자가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한 정보유통의 파급력이 커 일단 임시조치를 취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의 요청만 있으면 포털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진보넷은 "임시조치 제도에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게시물을 삭제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분유 이물질 사건 , 이랜드 노동자 문제 사건 등과 같은 경우 해당 기업이 관련 게시글이 명예훼손이라고 주장, 포털에서 삭제된 사례가 있다.
방통위의 게시글 원칙은 신속성에 있어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등의 위헌적 요소가 있고 특히 공정성과 독립성 부분에서 큰 결함을 갖고 있다.
◆방통위 광고불매운동 게시글…헌법소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음에 올라온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게시글 58건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삭제' 조치를 내린 일은 네티즌의 반발과 시민단체의 헌법소원으로 이어졌다.
개방된 인터넷 공간에 있는 게시글 자체에 불법성을 단정해 삭제 결정을 내림으로써 방통심의위가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 운동을 위축시키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점이 심의위에 압박으로 작용할 만했으나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불법 결정을 먼저 내림으로써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야당 추천 위원들은 "게시글은 자유로운 소비자 운동의 방법으로 볼 수 있고, 게시글이 실제 불매운동을 유도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 "이미 사법기관이 불법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심의위가 판단을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으나 수용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심의위가 의결 내용을 다음에 공문으로 통지하면서 의결하지 않았던 내용(유사 사례 처리)을 포함시켜 다음이 과도하게 게시글을 삭제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다음 전체회의에서는 '과잉조치하지 말라'고 주의를 의결하기도 했다.
방통심의위의 의결 이후 '비정치적이며 중립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촉구하는 여러 시민단체의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17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2년 행정기관(당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 '불온통신' 규제를 하면서 '미풍양속', '공공의 안녕' 등 불분명한 기준으로 삭제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사례를 들며 "방통심의위가 '불법정보'를 심의하고 시정요구할 수 있는 법적 구조 자체가 위헌적 제도"라고 주장했다.
박경신 교수는 "행정기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포털 사업자에 삭제요구를 하고, 그 결과가 이용자(네티즌)로 이어지는 3각구도에 의한 사후심의는 '실질적인 상시적 검열체계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고 말했다.
경실련도 성명서를 통해 "개개인의 자유로운 표현행위는 시민사회의 발전의 근본 동력이며,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표현하는 행위에 대해 최소 규제의 원칙과 엄격한 법해석, 법적 요건의 준수여부를 필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도 "심의위는 엄정한 원칙에 따라 불법·유해정보만 판단하면 될 뿐"이라며 "방통심의위가 독립된 민간자율 심의기구로서 위상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은?…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포털의 게시글에 대해 신속, 공정, 독립성이라는 세가지 원칙을 모두 지킬 수 있는 것과 함께 더 중요한 것은 유해성 판단을 누가하느냐의 주체도 중요하다. 해당 게시글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의 독립기구인 방통통신심의위원회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정성과 독립성 부분에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포털업계의 정책담당 임원은 "인터넷 게시글의 경우 유해성을 누가 판단하고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사이버감시팀처럼 24시간 이내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글과 기사에 대해 포털에 차단과 함께 블라인딩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공정하고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포털업체들은 포털에서 제공되는 기사도 언론중재 및 조정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입법청원을 한 상태이다. 특정 기사에 대해 포털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입법청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이 언론중재위의 대상이 되더라도 현재 언론중재위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심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중재위가 중재대상으로 포털을 포함시키면 인터넷포털과 관련된 전담기구가 산하에 설치돼야 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다른 해법으로는 인터넷상에 불거지고 있는 문제가 '인권적 요소'가 많은 만큼 인권차원에서 접근해 볼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사이버상의 문제는 '인권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새로운 인터넷 시대의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는 기본적 인권침해에 대해 독립적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를 지난 2001년 발족, 운용하고 있다. 사법, 입법,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의 성격을 갖는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사이버상의 인권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다면 독립적 '사이버인권위원회' 설립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정동훈 교수는 중장기적인 통합미디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인터넷 이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털 관련해서는 여러 산재된 법률이 각 이슈마다, 서비스마다 따로 적용되고 있다"며 "현재 논의 중인 신문법 개정안은 지극히 한시적으로 가는 것이 옳고, 장차 인터넷을 비롯해 IP(인터넷)TV, VoIP(인터넷 전화) 등 뉴미디어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미디어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게시글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잣대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신속, 공정, 독립성이 담보된 인터넷 규제안은 많은 국민들이 수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제부터라도 근시안적 대책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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