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8일 우주로 향하는 것은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씨만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짧게는 1년 반에서 길게는 4년 이상 공들여 개발한 우주실험 장비와 출연연·대기업이 공동 개발한 우주식품도 첫 우주비행을 앞두고 있다.
우주실험 임무와 관련된 소형생물배양기, ISS 소음측정장비를 비롯해 김치, 라면 등 우주식품에 쓰인 한국의 기술력 역시 '우주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우주실험장비 기술력, '본격 상용화' 기대

바이오트론은 우주에서 살아있는 세포와 미생물을 생존시켜 실험할 수 있는 '초소형 우주 세포배양기'를 올려 보낸다. 무게 3kg짜리 세포배양기는 세포가 호흡하고 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해 이중 코팅을 하고 배양중인 실험 세포 누출을 막기 위해 3중 실링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등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쓰였다.
이소연 씨는 우주환경에서 이 생물배양기를 통해 줄기세포, 벼세포, 미생물 등을 배양함으로써 돌연변이 등 변화를 확인하게 된다. 우주에서는 중력의 힘을 받지 않으므로 새로운 유전자 발현도 가능하고 세포배양의 3차원 구조 형성이 가능하다.
우주실험 이후 바이오트론은 세포를 배양하면서 이미지도 보고 내용물 분석도 가능한 장비를 곧 상용화할 예정이다.
장규호 바이오트론 대표는 "우주의 생물학적 연구는 지구환경에서 46억년 전 탄생한 생명체가 우주환경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발견하고, 향후 우주정거장과 우주도시를 위한 식량, 에너지, 의약품 등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밀장비 제작회사인 동영기술도 무중력 환경에서 무게를 측정하는 '우주저울' 을 세계에서 첫 개발에 성공했다. 우주저울은 우주 실험시 생물체 등 무게를 잴 필요성이 생기면서 개발하게 된 것으로 동영기술이 2004년 초부터 개발에 착수한 것.
동영기술 전성우 부장은 "우주저울의 측정원리는 단순하지만, 가속도의 세기, 측정구간, 오차의 보정, 떨림의 보상 등을 감안, 개발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소연씨는 우주에서 실험을 수행한 뒤 우주저울에 붙어있는 칩만 떼어 갖고 내려오게 된다. 이 칩은 실험 순간순간의 값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도 국제우주정거장 객실 내 소음상태를 계측하는 '우주소음계측기'를 올려 보낸다. 이 장비는 소음과 영상을 동시에 계측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소리를 눈으로도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우주소음계측기는 기존 소음계측기와 달리 카메라와 마이크로폰을 동시에 갖춰 측정된 위치의 소리크기를 영상에 오버랩함으로써 직관적으로 측정결과를 알 수 있게 구성됐다.
이소연 씨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무는 동안 주요 위치에서 소음을 측정, 소음지도를 스캔하고, 이를 지상으로 가져와 기존에 러시아에서 측정한 소음값과 비교 분석할 계획이다. 이는 향후 국제우주정거장의 환경소음을 줄이는 프로그램에 쓰이게 된다.
김영기 에스엠인스트루먼트 대표는 "자동차나 냉장고, 세탁기 등 소비자들의 소음관련 불만이 많은 회사들에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며 "6월 초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의료장비 회사인 바이오넷은 우주인의 심장상태를 확인해주는 심전도 측정장비를 제공하며, 전자장비 회사인 아이스펙도 전자파 차단장치를 지원한다.
바이오넷의 '홀터 심전도 측정장비'는 심전도 기록기와 데이터 분석 및 처리시스템으로 구성돼있다. 24시간 심전도 검사는 일상생활 중 일어나는 환자의 심박수 및 심전도 변화를 24시간 기록하고 컴퓨터에 의해 분석돼 각종 부정맥의 출현과 허혈성 심장질환 등을 진단, 치료시 이에 대한 반응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소연 씨는 이 장비를 이용해 우주의 다양한 환경(이륙, 우주선내, 착륙)에서 심장박동 및 리듬을 측정하며, 지상에서 기초로 측정된 자료와 비교함으로써 우주환경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게 된다.
바이오넷 장준 부장은 "우리나라는 홀터 심전도 측정장비의 후발주자이기에 소형화, 슬라이딩 방식의 디자인, 다양한 기능 탑재 등에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홀터 심전도 검사 시스템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유일하게 바이오넷에서 제조판매중이다.
아울러 아이스펙은 지난해 9월부터 우주실험장비 제작업체와 협력, 러시아 우주실험센터에서 요구한 규격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자파 차단장치를 개발·지원했다.
항우연 김연규 연구원은 "국내 우주실험 장비들이 러시아의 인수시험을 통과함으로써 우리도 유인우주기술에 성큼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중소기업 자체로도 기술력을 노출한다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 회사 | 기술 | |
| 우주장비 | 바이오트론 | 우주실험용 세포배양기 |
| 동영기술 | 우주저울 | |
| 바이오넷 | 우주인 심전도 모니터링 장치 | |
| 에스엠인스트루먼트 | 소음측정기 | |
| 아이스펙 | 전자파 차단장치 | |
| 우주식품 | 대상 | 볶은김치, 고추장, 된장국 |
| 한국인삼공사 | 홍삼차 | |
| 오뚜기 | 밥 | |
| CJ | 김치 | |
| 농심 | 라면 | |
| 이롬 | 생식바 | |
| 동원 | 수정과 | |
◆'한국의 맛' 우주로
우주식품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식품연구원이 주관기관으로 대기업 식품연구소와 함께 개발에 나섰다.
원자력연은 CJ와 김치, 농심과 라면, 이롬과 생식바, 동원과 수정과를 공동개발했다. 식품연은 대상과 볶은김치, 고추장과 된장국을 개발했으며, 한국인삼공사와 홍삼차, 보성군과 녹차, 오뚜기와 밥을 개발했다.

한국 우주식품 10종은 러시아 우주국 산하 의생물연구소(IBMP) 인증절차에 따라 예비시험, 저장시험, 최종시험을 100일 정도 수행한 결과 모두 우주식품 기준에 적합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식품연 김성수 박사는 "러시아 담당자에 따르면 얼마 전 신청한 프랑스와 말레이시아 우주식품도 상당수 인정받지 못했다"며 "한국식품기술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씨는 ISS에 10일간 머물며 다양한 한국우주식품을 먹게 되며, 4월 12일 '유리 가가린의 날' 저녁에 세계 우주인들과 한국우주식품으로 우주만찬을 즐기게 된다. 한국우주식품의 우수성을 세계 우주인들에게 알리게 되는 셈이다.
한국의 대표적 음식 김치의 경우 발효식품의 특성상 장기간 보관이 어려운데다 김치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제어하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원자력연에서는 방사선 식품공학 융합기술을 이용해 원터치 캔 형태의 멸균 우주김치를 개발했다. 캔 내부에는 김치국물을 흡수할 수 있는 식품용 특수패드를 함께 포장해 안전하게 섭취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원자력연 이주운 박사는 "원자력연은 우주인 사업이 출범하기 전인 2003년부터 군용 특수식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김치의 경우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미생물을 제어하기위해 방사선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라면은 물의 온도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 연구팀은 우주환경은 물의 온도가 지상보다 낮은 점을 감안, 섭씨 70도의 온도에서도 5분 만에 조리가능하고 스파게티처럼 국물이 없는 비빔면 형태의 라면을 개발했다.

식품연은 우주식으로 건조된 밥이 아닌 수분함량이 65% 정도 되는 밥이 선정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데 비중을 뒀다. 건조밥은 저장기간은 길게 할 수 있지만 조직감이 좋지 않은 게 단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제품은 밥을 고온에서 살균함과 동시에 무균환경에서 포장해 ISS에서 가열해 섭취할 때 좋은 밥맛을 느끼게 했다는 설명이다.
양 기관은 앞으로도 세계에 한국 우주식품을 알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원자력연과 식품연은 모두 2020년 유인화성탐사 사업인 'MARS 500'에 한국 우주식품을 참여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마스 500은 유럽우주청과 러시아 우주 승무원이 모의 우주선에 갇혀 지내는 모의탐사프로그램이다.
/임혜정기자 hea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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