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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결국 속았다"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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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칙 공천, 당 대표·지도부 책임져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3일 4.9총선 공천파동과 관련, "한나라당 공천파동과 당 개혁 후퇴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책임론을 공식 제기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당을 개혁하지는 못 할망정, 이미 개혁되어 있는 것조차 지키기 못하고 오히려 후퇴시킨 당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강재섭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영남권 공천 결과 발표 뒤 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을 표한 지 꼭 10일 만이며 한나라당사가 아닌 국회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기는 17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결과적으로 계획적으로 이렇게 할 목적으로 공천을 뒤로 미뤄왔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어쩌면 속을 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은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한마디로 정당정치를 뒤로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였고, 과거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 얻은 천금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어리석은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1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공신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당을 나가도록 만들고 그 뒤에 대고 '몇 명 나간다고 당이 안 깨진다' '은혜를 모른다'는 등의 말까지 하는 것은 그분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탈당 뒤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을 옹호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원칙과 신뢰가 깨지는 것을 종종 경험하지만 아무리 거짓과 배신이 판치는 정치라 할지라도 최소한 지켜야 할 경우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개탄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친박연대와 무소속연대에 어떤 도움을 줄 계획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그 분들을 지원할 것은 없고 그 분들은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건 간에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총선 지원유세와 관련해서는 "자신의 선거도 있고 지원유세를 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자신의 탈당설과 관련해 "지속적인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을 다시 똑 바로 잡겠다"면서 "그것이 국민과 당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고 가야할 길"이라며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으로 내려가 4.9총선 이후에나 귀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도 친박계 탈락 의원과 당협위원장, 지지당원 등이 대거 대구역에 모일 것으로 알려져, 박 전 대표가 대중 앞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심경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21일부터 이틀 동안 친박계인 유영하(경기 군포), 함진규(경기 시흥갑), 김태원(경기 고양 덕양을), 손범규(경기 고양 덕양갑), 구본철(경기 부평을) 후보의 개소식에 참여하는 등 친박계 후보 챙기기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친박연대' 이규택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은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도, 열린우리당 보다도 한나라당이 오만과 독선에 빠져있다"고 맹비난 했다.

이 대표는 "집을 지을 때 개보수한다고 하지 않느냐 한나라당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고 '개·보수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제가 보기에 한나라당은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고 여소야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때 가서 아마 박근혜 전 대표에게 매달려 무릎을 꿇을 때, 친박연대 30명이 당선 될 때 그때 조건을 내 걸겠다"고 말했다.

◆ 다음은 박근혜 전 대표 긴급기자회견 전문

저는 이번 18대 총선의 한나라당 공천과정을 보고, 우리 정치의 현 주소에 좌절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번 한나라당의 공천이 어떤 이유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지는 이미 모든 언론과 국민들이 너무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한마디로 정당정치를 뒤로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였고, 과거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서 얻은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어리석은 공천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3가지 중대한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준 계기였습니다. 첫째, 우리 정치의 수준과 둘째, 경선에서 지면 끝이라는 것과 셋째, 능력이나 국가관보다는 어떻게 해야 정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누가 공천을 받고 못 받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유리하고, 불리했느냐의 문제도 아닙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이고, 우리 정치가 발전하느냐, 뒤로 후퇴하느냐에 대한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 것입니다.

저는 이번 공천 결과를 보면서,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능력 있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탄핵역풍으로 아깝게 낙선하는 것을 보고 저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그렇게 열망하던 정권교체를 이루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었건만, 그동안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함께 노력했던 분들이, 이번에는 국민의 선택이 아니라 이유도 모른 채 공천조차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더욱 비통한 심정입니다.

억울하게 희생된 그 분들은, 당 지지도 7%를 50%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손발이 부르트도록 전국을 누빈 사람들입니다. 집권 여당과의 선거에서 40 : 0 의 신화를 만든 주역들이고 10년 만에 정권교체까지 이뤄낸 사람들입니다.

그러한 공신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당을 나가도록 만들고, 그 뒤에 대고 몇 명 나간다고 당이 안 깨진다, 은혜를 모른다는 말까지 하는 것은 그 분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원칙과 신뢰가 깨지는 것을 종종 경험하지만, 아무리 거짓과 배신이 판치는 정치라 할지라도 최소한 지켜야 할 경우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책임감을 가지고 당을 위해 헌신하고, 어떻게 정당이 발전하겠습니까?

저는 대표시절에 정치발전을 위해 힘들었지만 당 대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경선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비례대표도 당대표의 개인적 친분에 따라 임명하던 과거의 오랜 관행을 끊고, 정책정당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을 영입하도록 공심위에 100% 맡겼습니다. 저는 그러한 것들이 정치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이번엔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은 사라지고, 경선은 한군데서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헌당규는 무시되었습니다. 당권-대권 분리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불공정한 공천문제로 당이 아우성인데, 심지어 당대표가 비례대표 영입에 대해 대통령에게 칭찬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러분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렇게 정치발전을 위해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 온 시스템이 무너지고, 다시금 과거의 밀실공천으로 후퇴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습니다. 이러고서 어떻게 새로운 정치를 말하고, 어떻게 여당으로서 국정을 바르게 이끌 수 있겠습니까?

며칠 전 강재섭 대표께서는 “정당은 노·장·청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몰아내는 것이 개혁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에는 저도 동의하지만, 그렇다면 이번 한나라당의 공천은 과연 무엇이었습니까? 사람마다 적용 기준이 다르고, 공천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당대표 스스로가 인정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께서도 다 기억하실 겁니다. 저는 당초 2월 안으로 공천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천의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에 따라시간을 갖고 경선도 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이 문제로 인해 당 지도부와 의견이 달랐지만,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믿고 맡겨달라는 당 대표의 말을 믿었습니다. 그것은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렇게 잘못되고 말았습니다. 언론으로부터는 인물검증, 정책 검증할 시간도 없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렇게 할 목적으로 뒤로 미뤄왔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제가 속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어쩌면 속을 줄 알면서도, 믿고 싶었습니다. 약속과 신뢰가 지켜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결국 저는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

저는 작금에 한나라당에서 일어나는 공천파동과 당 개혁 후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책임은 당을 더 개혁하지는 못할망정, 이미 개혁되어 있는 것조차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시킨 당 대표와 지도부가 져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잘못되게 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했어야 할 의무가 당대표와 당 지도부에게 있는 것입니다. 당 대표와 지도부가 정치개혁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없고, 무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저는 지난 며칠 동안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한나라당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야당 때건 집권여당이 되었건 천막당사의 초심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과거 국민들에게 드렸던 많은 약속들이 지금 깨져가고 있지만, 저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권력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지속적인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 잡겠습니다. 그것이 국민과 당을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이고,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박근혜, 그 길을 담대히 걸어가겠습니다.

김영욱기자 ky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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