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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법원판결로 SKT 컨버전스사업, 불확실성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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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정책으로 DRM 공방은 지속될 듯

SK텔레콤이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한 폐쇄적 DRM(디지털저작권관리) 관련소송에서 공정위에 승소했다.

이에따라 공정위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판례로 굳어질 경우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 전이 논란에 비켜 서서 콘텐츠·미디어 등 컨버전스 사업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타사와 호환되지 않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역시 소비자 권리 침해논란과 무관하게 하나의 디지털 인증시스템으로 시장에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고등법원제7특별부(김대휘, 이영진, 강상욱 판사)는 공정위는 SK텔레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등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은 2~3주 내에 원고와 피고측에 전달된다.

법원은 "SK텔레콤 멜론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우려되고 DRM이 다소 폐쇄적이나, 표준화된 DRM이 없는 상황에서 어찌할 수 없는 측면이 있고 시장에 미치는 효과 등 소비자 피해도 크지 않다"면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결과는 IT(정보기술)의 가치사슬이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간 결합으로 이뤄지는 시대에, KT나 SK텔레콤 같은 통신 지배적 사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컨버전스 시장 진출시 법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공정위 시장획정 실패?...경쟁법 적용 어렵나

이번 판결의 최대 쟁점은 '시장획정'이었다.

SK텔레콤 유무선 음악서비스인 '멜론'이 위치한 관련시장의 범위를 정해야 시장 지배력 지위 남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앞서 공정위는 지난 해 12월 "SK텔레콤이 멜론 이외의 사이트에서 구입한 MP3파일은 재생되지 않도록 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밝혔다. ▲ 시정명령 송달일로 부터 60일이후 멜론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 3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내라고 했다.

여기서 원고(SK텔레콤)와 피고(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이 갈렸다.

SK텔레콤은 ▲ 이동전화 시장과 멜론이 속한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은 별개이며, 멜론은 유료 온라인 음악서비스시장에서 점유율 4위에 불과하다고 밝힌 반면, 공정위는 ▲ SK텔레콤의 네트워크와 단말기 시장 지배력이 멜론에 영향을 미치고 ▲ 멜론은 유료 온라인 음악시장에서 1위의 위치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멜론 담당 신원수 상무는 최근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전체 음악 인구의 10%도 되지 않는다"며 멜론의 영향력이 크지 않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로고스측은 "타 사이트에서 산 스트리밍은 MP3 휴대폰에선 들을 수 없으니 멜론에 적용될 시장은 다운로드 시장만이고 여기서 1위(74.1%)"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이에대해 사실상 SK텔레콤 주장을 받아들였다. SK텔레콤으로의 지배력 전이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원고 승소 판결한 것은 시장지배력 전이 우려보다 표준DRM이 없다는 상황을 더 많이 고려했기 때문이다.

음악 콘텐츠 업계 한 전문가는 "공정위가 심결문에서 MP3휴대폰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시장을 획정한 게 실수인 것 같다"며 "이동통신서비스와 MP3 디지털 음원 서비스간의 지배력 전이에 집중해 설명했어야 표준DRM이 없어도 '엑심' 연동을 통해 강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먹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공정위의 당초 시장획정이 실패해 지배력 전이가 있다는 걸 증명해 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공정위의 상황인식은 IT와 방송이 융합하는 IPTV 등 신규미디어에 대한 정통부와 방송위, 공정위간 밥그릇 경쟁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위는 국회 법사위에 제출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안(이하 IPTV법안)'에 대해 ▲ '다른법률에 우선해 이법을 적용한다"는 조문을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바꿔 경쟁법상 권한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거세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컨버전스 서비스에 대한 경쟁법 적용이 이번에 잘못된 것으로 판단돼, 시장획정에 대한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 표준DRM추진...DRM 공방은 지속될 듯

소송의 또다른 쟁점은 멜론에 적용된 SKT DRM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가 여부다. 피고(공정위)측에 강모씨 등 29인이 보조참가한 것.

공정위도 SK텔레콤에 "SKT휴대폰에서는 멜론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시정을 명령, 멜론 것만 들을 수 있게 하는 디지털인증장치(SKT DRM)를 다른 DRM들과 호환시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과징금 뿐 아니라 시정명령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표준화된 DRM이 없으니 어찌할 수 없는 측면이 있고 시장에 미치는 효과 등 소비자 피해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SK텔레콤은 멜론에 적용된 SKT DRM을 다른 음악사이트들 것과 연동해, SK텔레콤 가입자가 다른 유료 음악사이트에서 산 음악도 들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DRM을 둘러싼 관련 업계와 시민단체 사이의 공방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정보통신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엑심'이라는 호환모듈을 장착하라고 SK텔레콤에 요구하고 있고, 문화관광부 저작권산업팀은 이와별도로 호환형 표준DRM을 만들 기 위해 저작권법 시행령에 문화부가 DRM 표준화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부 표준DRM 논의에 참가하는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문화부가 저작권료 징수료 규정을 만들면서 DRM 장착시 15% 감면, SKT DRM같은 기간제 DRM 적용시 20% 감면 등을 지지하는 것은 엑심으로 DRM 호환에 나서는 정통부 정책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어 "SKT DRM같은 폐쇄형이든 개방형(표준형)이든 모두 사업자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되는데, 정부가 공공정책적 측면에서 이에 개입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멜론 담당 신원수 상무는 최근 "SK텔레콤이 non DRM(DRM없이 음악을 디지털 형태로 서비스하는 것)을 반드시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DRM도 점차 호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개방이 곧 음악서비스 산업 전체를 살리는 것은 아니어서 점진적인 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통부 중재로 논의되고 있는 '엑심' 연동과 관련, SK텔레콤은 "세계 최초로 기간제임대형 서비스를 만드는 등 지적재산권은 보호받아야 하니 노래 한 곡(종량제)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럴경우 SKT 휴대폰에서는 다른 사이트 음악을 곡당 사야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벅스· 주크온 등 온라인음악사업자모임인 디지털뮤직포럼(DIMF)측은 "SK텔레콤 이통가입자라고 해서 멜론만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부당하니, 다른 사이트에서 노래 한 곡뿐 아니라 월 정액제로 샀어도 연동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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