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
고등법원제7특별부(김대휘, 이영진, 강상욱 판사) 주재로 SK텔레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등'에 대한 행정소송의 마지막 공판이 진행됐다.
SK텔레콤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2명과 공정거래위원회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보조참가한 법무법인 문형 변호사(소비자소송대리인)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치열한 논리다툼을 벌였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끝으로 오는 11월 8일 오전 10시 선고할 방침이다.
"SK텔레콤용 MP3폰 소지자들은 유료 음악의 경우 SK텔레콤이 운영하는 멜론사이트에서 사야만 쉽게 들을 수 있도록 한 조치가 적법한 가"에 대한 판결이다.
언뜻보면 특정기업(SK텔레콤)이 공정위 시정명령(시장지배적 지위남용에 따른 호환 의무 및 과징금 부과)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 한국판 애플 아이팟-아이튠즈의 첫 시험대이고 ▲ 통신·방송·인터넷 등이 융합되는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공정경쟁의 룰을 정하고 저작권법상의 '저작권자 보호'와 '사적복제 권한' 사이의 절충점을 모색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멜론'으로 "새로운 음악 시장을 개척한 것 일까" 아니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는 것일 까"
◆소비자들, SKT-공정위 소송 보조참가
이날 재판부는 강모씨외 29인의 보조참가를 허용했다.
강모씨 등은 "SK텔레콤 멜론이 소비자선택권을 제한했다"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번에 별개소송인 SKT-공정위 소송에도 보조참가하게 된 것이다.
SK텔레콤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 관계자는 이날 "공정거래법을 넓게 해석하면 소비자 후생보호도 있지만, 모든 사건에 대해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소비자들의 보조참가는) 사소제도를 허용한 취지와 다르다"고 문제제기했다.
사소제도란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아도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권오승 공정위원장도 활성화를 약속한 바 있다.
소비자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문형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 피고측(SK텔레콤)이 이 소송의 판결이후로(민사소송의) 재판기일을 연기했다"면서 관련성을 강조했고, 김대휘 판사는 "이번 판결이 소비자들의 손배소송에서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데 영향을 미친다"면서 보조참가를 허용했다.
◆소송의 쟁점은 시장 획정, 소비자 후생 등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해 12월 "SK텔레콤이 멜론 이외의 사이트에서 구입한 MP3파일은 재생되지 않도록 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밝혔다. ▲ 시정명령 송달일로 부터 60일이후 멜론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 3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내라고 했다.
공정위 심결이후 SK텔레콤은 즉시 집행정지 효력정지를 신청하고,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판결이 11월 8일 나오는 것이다.
공정위 심결이전 정보통신부가 나서 음악파일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호환모듈(엑심) 장착을 추진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쟁점은 1. 이동전화 시장과 온라인음악서비스 시장은 별개인 가 2. 멜론은 어떤 위치에 있으며, 여기에 이동전화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남용됐는가 3. 이동전화 사업자가 온라인 음악서비스를 끼워팔기한 것 인가 4. 멜론의 비즈니스 모델은 공개됐고 산업육성에 기여하고 있는가 5. 소비자 후생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등이다.
SK텔레콤측은 ▲ SK텔레콤이 속한 이동전화 시장과 멜론이 속한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은 별개이며, 멜론은 온라인 음악서비스시장에서 점유율 4위(코리안클릭 2006년 자료 근거)에 불과하고 '끼워팔기' 주장은 공정위 처분당시에도 거부된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 멜론은 정액제 임대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해 음악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으며 ▲ 소비자 후생면에서는 다른 유료 음악사이트에서 산 음악도 CD굽기 등을 이용해 SK텔레콤 휴대폰으로 들을 수 있고 휴대폰에서 1일기준으로 멜론이 3만곡, DRM 없는 음악이 55만~80만곡 돌아가는 등 더 큰 문제는 DRM 없이 돌아가는 불법복제 음악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측은 ▲ 멜론 사이트를 운영해 멜론 음악만 다운받을 수 있게하는 등 구입강제 유형(끼워팔기)이며, SK텔레콤의 네트워크와 단말기 시장 지배력이 멜론에 영향을 미치고 이통가입자중 몇명이 멜론을 쓰는 가가 아니라 MP3폰 이용자중 얼마나 멜론을 이용하는 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 사업모델을 공개했다면 폐쇄 DRM도 포기해야 하고 사업모델이 훌륭하다고 해서 소비자 선택권이나 공정거래법을 위반해서는 안되며 ▲ DRM을 저작권법 뿐 아니라 경쟁법적인 측면, 소비자 후생측면에서 보면 경쟁제한이나 선택권 제한이 될 가능성이 높고 CD굽기는 대중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날 율촌 관계자는 "처분사유가 궁색하니 부득불 끼워팔기까지 끌어들인다"며 법원에 처분사유 부존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CD굽기에 대한 성명을 신청한다"며 SK텔레콤 휴대폰에서의 CD굽기 가능성에 대한 별도 심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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