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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육성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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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 한목소리…정부지원-기업협력 개선해야

향후 국가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육성 및 지원책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업계와 학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는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전체 반도체 분야에서 25%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세계 최강이다.

그러나 메모리반도체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성장성도 높은 시스템반도체나 여타 비메모리 분야에선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정보기술(IT) 후발주자였던 대만에도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인력이나 기술 면에서 제조공정의 강점을 가진 한국과 달리 반도체 선도국가인 미국이나 일본은 설계 쪽에서 다양한 지적재산(IP)을 바탕으로 경쟁국가를 압박하고 있다.

또 대만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중국은 최대 규모의 내수시장과 강력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책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중점을 둬 일부 업체들에 몰리고 있는 현실이나,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업계 구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 지원책으론 대만도 잡기 어려워"

오는 11월12~1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아시아반도체회로학계(ASSCC)에서 발표되는 논문은 모두 111편. 논문 수는 한국(27편)과 일본(26편), 대만(24편)이 비슷하지만 제출된 논문과 채택된 논문의 비율(채택률)을 보면 일본이 68.4%, 대만은 4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5%에 그쳤다.

세계 1~2위 파운드리업체 TSMC와 UMC가 버티고 있는 대만은 분기 매출이 4천억원대에 이르는 미디어텍을 비롯해 다수의 우량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업체를 보유하며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1조원대 매출을 내는 팹리스 회사가 한 곳도 없는 우리나라와 대조를 보이는 모습이다. 국내 1~2위 팹리스 업체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은 세계 팹리스 매출 순위에서 20위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ASSCC에서 발표되는 논문 수의 격차가 줄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학회 인사들은 국내 비메모리반도체 분야 지원정책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여럿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절대적인 자금 규모 면에서 경쟁국가와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학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교수는 "ITSoC산업진흥센터의 210억원을 포함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부문 한 해 지원 예산이 300억원대에 불과한 것과 달리, 대만 정부는 한해 3천억원 정도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전문인력 면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대만이나 인도는 80~90년대 해외 유학파 가운데 반도체 설계전문 인력이 많고, 대만의 경우 주요 대학 중 시스템 온 칩(SoC) 설계 전문교수가 1개 학과당 20명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반면 제조공정 쪽 전문가가 많은 한국은 주요 대학의 반도체 설계전문 교수가 학과당 5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요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최근 열린 반도체 취업박람회에서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 상위 대학의 이공계 학생 가운데 절반은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나머지는 대부분 메모리반도체 분야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의 비메모리 분야 지원사업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 부문에 초첨이 맞춰져, 사업에 참여하는 소수기업만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생형 기업관계 정착돼야

시스템반도체가 파운드리산업과 공조로 성장하고 있는 대만은 기업관계 면에서도 모범으로 꼽힌다. 글로벌 반도체기업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지난 80년대 후반 파운드리가 산업화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대규모 비용을 투자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대만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이를 기반으로 굴지의 파운드리 회사로 성장한 TSMC와 UMC는 대만은 물론 해외 주요 팹리스 회사들과 지분제휴 내지 협약을 맺고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고 있다. 파운드리 회사는 다양한 IP 및 반도체 제조·마케팅 관련 인프라로 협력업체들의 제품 개발과 생산을 돕는 대신, 파운드리 수주를 손쉽게 따내면서 이익을 얻고 있는 것.

이같은 공고한 협력관계가 가져온 주요 결과 중 하나가 시스템반도체 테스트 분야에서 세계 10대 기업 중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ASE그룹을 비롯해 SPIL, 칩모스 등 대만기업이 6개사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SoC와 파운드리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5% 안팎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나 동부하이텍, 매그나칩반도체 등이 파운드리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가운데, 여러 면에서 성장이 제한적이다.

한 파운드리 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파운드리 사업에 나서다 보니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팹리스 업체들이 커야 파운드리도 성장하겠지만, 국내 팹리스는 역사도 일천하고 정부의 지원정책 수준도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나치게 강압적인 국내 반도체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의 관계도 팹리스 업체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외국계 반도체 회사 지사장조차 "협력업체에 대한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요구 수준은 다른 나라 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압적인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대기업과 팹리스 업체들의 수직적인 관계는 우리나라가 휴대폰이나 평판TV, 셋톱박스 등 소비가전 분야의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각 제품에 쓰이는 시스템반도체가 원활히 개발·공급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ASSCC의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일본과 인도가 반도체 설계부문에서, 대만과 필리핀은 파운드리와 패키징(포장) 분야에서, 중국은 완제품 생산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고, 미국은 각 국가의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디지털가전 분야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시스템반도체가 함께 커나갈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권해주기자 pos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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