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수익성 개선이란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PC 및 디지털가전의 저장매체로 두루 쓰이는 HDD는 상위 6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간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과 출하량이 지난 해에 비해 30~50% 늘어나면서 씨게이트테크놀로지, 웨스턴디지털, 히타치, 후지쯔, 도시바와 함께 경쟁대열에 합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수익성 면에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중순 스토리지사업부가 포함된 반도체총괄의 경영진단에 착수, 조만간 나올 결과에서 HDD 사업과 관련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일각에선 적잖은 규모의 구조조정이 병행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외형성장 불구 수익성 미미
HDD는 중·소형 모바일기기와 PC, 서버, 스토리지에서 차량용, 소비가전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등 확고한 시장 1~2위 업체를 제외하곤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이 1억~3억 달러의 순이익을 냈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대부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3위 HDD 업체인 히타치의 경우 순손실 규모가 1억5천만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체 출하량 기준 10.9%, 매출액 기준 8.5%의 점유율로 각각 4위, 6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 회사 측은 HDD 사업의 이익 규모를 밝히고 않고 있다.
지난 7월 초 2분기 실적발표 이후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및 시스템LSI사업부를 제외한 기타 부분이 1~2분기 수십억원대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내년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1~2분기 HDD 사업에서 100억~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하며 큰 편차를 보였다.
세계 HDD 매출 규모는 지난해 296억달러로 D램 시장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8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고 있는 HDD 사업은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에 비해 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는 상태다.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M&A 타진 여부도 관심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경영진단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인 가운데, HDD 사업과 관련해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이 병행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와 관련 한 외국계 HDD 업체의 국내지사 경영자는 "삼성전자 감사팀의 지인에 따르면 이번 경영진단 과정에서 HDD 사업과 관련한 적잖은 규모의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그런가 하면 삼성전자가 M&A를 통해 해법을 모색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세계 1위 HDD 업체 씨게이트가 4~5%의 매출 및 출하량 기준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맥스터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업계에선 기업 간 결합이 한창이다. 최근 웨스턴디지털이 자기디스크(플래터) 업체 코맥을 인수한 것처럼 HDD의 핵심부품인 디스크와 헤더 부문을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한 상태다.
현재 100기가바이트(GB)를 상회하는 최신 HDD가 불과 10만원 안팎에 판매되는 등 제품가격 낮추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 히타치, 후지쯔 등은 디스크와 헤더 부문을 모두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도시바는 두 가지 부품 모두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용 면에서 경쟁력이 뒤쳐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스토리지사업부의 한 임원은 "히타치나 후지쯔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핵심 부품을 보유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외부에서 선택적으로 디스크나 헤더를 조달하면서 비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삼성전자는 소비가전 분야를 포함해 HDD 부문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진행상황을 봐야겠지만 수익성도 올해 말에서 내년 사이 개선되는 모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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