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지 5개월 가까이 된 남 용 대표이사 부회장이 회사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밝히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다.
남 부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G전자는 글로벌 회사들에 비해 각 사업부문에서 개선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핵심 인재 영입 및 육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취향을 세밀하게 반영한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좋지 못한 PDP 패널사업은 현재 생산능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한 뒤 추가 투자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LG필립스LCD의 LCD 패널사업과 LG전자의 PDP패널 및 TV제조 부문을 조만간 LCD사업부와 PDP사업부의 양대 '밀착형' 구조로 정비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다음은 LG전자의 사업 전반에 대한 남 부회장과 일문일답.
◆고객지향적 제품 '플랫폼' 구축
- 취임 이후 '인재'와 '고객'을 강조해왔는데 어떤 이유인가.
"LG전자의 커다란 숙제 중 하나가 고객의 취향에 맞춘 '플랫폼'이 세밀하게 정비돼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휴대폰의 경우 ▲고가폰을 선호하는 고객군 ▲얼리어답터 ▲실용주의 고객군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중시하는 고객군 ▲기본기능의 값싼 제품을 원하는 고객군 등 5가지 형태로 소비자를 분류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과 생산, 마케팅을 세밀하게 분류·조정해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소니나 노키아 등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부족하다고 본다. 이런 과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수한 인재다."
-LG전자가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이며, 어떻게 영업할 것인가.
"냉장고를 예로 들어 본다. 소비자가 냉장고를 사용하는데 온도제어가 안 된다는 등의 불만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뛰어난 인재는 사용자가 냉동고와 각 저장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분석해 제품설계 때 반영할 수 있을 정도의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 전략과 마케팅, 재무, 인사, 기술, 제조, 혁신, 구매 등 각 부문에 이러한 핵심인재를 영입·배치할 것이다. 인재를 뽑는 것보다 원활히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게 중요하다. 이런 요구를 해결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현재 LG전자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글로벌 톱 기업과 비교해 어느 사업부나 개선할 여지가 많다. 연구개발(R&D)이나 생산은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인사 문제나 제품의 기획·개발·마케팅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주고도 만족할 수 있도록, 고객 지향적인 제품의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힘을 기울이겠다."
◆내년 상반기 PDP 신규투자…LCD-PDP 각 사업부로 조직개편
-얼마 전 PDP A1 공장의 가동중단을 중단했는데, 사업전략이 변경되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 PDP 사업과 관련한 전략 변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A1 공장 가동중단 외에 A2와 A3라인은 현재대로 유지할 것이다. PDP 수요를 측정해본 결과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생산능력을 유지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PDP는 최근 기술적 진보가 뒷받침되고 있어, 50인치 이상에서 경쟁력을 지속하는 한편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PDP 부문 추가투자는 내년 상반기 정도로 보고 있는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일단 추가 증설보다 생산성 개선에 신경을 쓸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 곧 사업부 형태로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기능별로 나뉘어 있던 조직을 PDP는 PDP대로 패널과 완제품이 함께 가는 형태로, LCD도 마찬가지 모양새로 변경할 것이다. PDP사업부와 LCD사업부로 나눈다고 보면 된다."
-필립스의 LG필립스LCD 지분 매각계획과 관련한 진행상황은.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LG필립스LCD 지분은 확실히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립스는 오는 7월1일부터 보호예수가 풀리는데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확정이 됐다. 단 현재 LG필립스LCD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어느 정도까지 매각할지는 알 수 없다. LG필립스LCD 지분 매각과 관련해 필립스나 마쓰시타와 접촉한 적은 없다."
◆"2년내 1인당 생산성 3배로 확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계획은 없는지.
"취임 이후 10여개 시장으로 나눠 해외 각 지역별로 고객과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각지의 생산기지는 이미 원활히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생산기지 이전은 단기적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한국 내 공장의 경우 인건비가 중국·베트남·인도에 비해 10배 정도 비싸다고 느꼈다는 점이다. 한국 내에서 모든 공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올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 생산성을 어느 정도나 끌어올릴 계획인가.
"2년 내 1인당 생산성을 3배 이상 올리는 것이 현재의 목표이자 과제다. 그래야 해외공장과 경쟁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이 생산자동화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극한의 과제로 설계·기술·부품 각 요소의 개선과 임직원들의 의지가 한 덩어리가 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취임 이후 구미 공장의 TV 생산라인은 복합적인 노력으로 이미 40~50%의 생산성 향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한다."
◆"패널 표준화 단기내 어려워…교차구매는 가능할듯"
-얼마 전 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발족했는데, 현 디스플레이 산업의 구도에 대해 한 마디해 달라.
"일본은 주요 세트업체 및 협력사들의 관계가 공고히 형성돼 있는 것 같다. 최근 동향을 보면 일본업체들이 국경을 넘어 연합군을 형성하며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협회가 발족했지만 LG와 삼성의 결합으로 일본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서 어느 정도 부담을 느낀다. 협회에서 할 일도 있지만, 무엇보다 민관이 결합해 국가 대 국가의 경쟁으로 대결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협회의 추진과제 중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어느 부분이라 생각하는가.
"우선 공통의 위기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LG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삼성 역시 위기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술협력, 공동연구, 부품·소재업체 육성 등은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표준화 문제는 여건상 짧은 기간 내 실현하기 어렵지만, LG와 삼성 간 패널의 상호구매는 가능할 것이라 본다."
-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차원에서 부품·소재 협력사와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모토로라 같은 메이저업체가 '레이저폰'으로 잘 나가다가 2년만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대기업도 시대의 흐름에 세밀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도태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고 느낀다. 중소 협력업체들도 무한경쟁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누가 나서서 대가 없이 도와줄 방법은 없다. '낭비 줄이기' 활동을 협력사로 확대시켜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역량있는 협력업체는 적극 지원하겠지만, 경쟁에서 도태되는 기업에 손을 내밀긴 어려울 것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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