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태아 낙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여·야당, 시민단체 등 을 막론하고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특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19개 장애인단체들은 17일 오전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인 이 전 시장 캠프사무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시장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등 관련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2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낙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라고 발언했다.
이 전 시장측은 이번 '낙태 발언'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지난 16일 '장애인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 전 시장은 이 글에서 "원천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며 본뜻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모자보건법 14조에 명시된 것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표현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해명한 뒤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관한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14조' 조항을 첨부하기도 했다.
또 "서울시장 재직 시 지하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와 중증장애인용 택시, 치과병원을 만드는 등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시행해 왔다"며 "잘못된 표현으로 마음을 상한 장애인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비난의 목소리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구교현 조직국장은 "(이 전 시장이) '불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부터 장애인을 퇴치 격리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그런 심각한 장애인 차별적 언어를 사용했음에도 제대로 된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은 점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구 국장은 "이 전 시장이 인용한 모자보건법 14조는 유전·병리학적 문제가 있을 때 해당되는 조항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과 관계없다"고 말한 뒤 "더구나 그 조항 자체가 인권침해적 소지가 있음에도 문제점을 인식 못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자신의 치적으로 설명한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들이 끊임없이 저항해 만든 결과"라며 "오히려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 등 안전사고 시 서울시의 책임을 부인한 것이 바로 이 전 시장"이라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이규의 부대변인은 "표현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 전 시장의 장애인 차별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2005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청계천 복원사업이 장애인들에게 차별을 준다는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두 차례나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해 지적받았다"고 말했다.
또 "몇 해 전 지적을 받았음에도 더욱더 노골적인 '장애인 비하발언'을 한 것은 단순히 용어의 잘못된 선택과 오해가 아니며 인권과 장애인에 관한 이 전 시장의 사고에 근원적인 결함이 있다"고 덧붙인 뒤 "이 전 시장은 480만 장애인에게 공개사과하고 한나라당은 이 전 시장을 즉각 윤리위원회 제소하라"고 논평했다.
민주노동당의 황선 부대변인은 "어떤 망동을 해도 끄떡없다는 지지율에 대한 과신 때문인지 이 전 시장의 행보는 갈수록 거침이 없고 잘못에 대한 일말의 시인도 없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신속하게 대권포기를 선언하고 정치권을 떠나는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문화연대(상임대표 강내희 김정명신)는 공식 발표를 통해 "이 전 시장의 발언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는 그의 인식이 차별과 배제가 당연한 봉건주의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이어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서울문화재단 파행 설립',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강행', '서울시 하나님 봉헌 발언', '황제 테니스 파동' 등 숱한 반문화주의로 일관한 이 전 시장의 이번 발언은 결코 실수가 아니라 그의 반문화·반인권적 철학과 태도가 여과 없이 또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 전 시장의 '낙태 발언' 사태가 한나라당 경선은 물론 대선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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