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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인터넷기업(상)]네트워크 때문에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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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P 라우팅 허용안돼 망 장애시 대처 어려워

"동영상 등 트래픽은 늘어나는데, 망에 장애가 발생할 위험은 커집니다(인터넷기업 A사)"

"망비용은 연간 100억원 정도인데, 이대로라면 곧 10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우려됩니다. 인터넷데이터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 회선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죠(인터넷기업 B사)"

인터넷 기업들이 망(네트워크)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닝, 이용자제작콘텐츠(UCC) 같은 대용량 서비스는 나오는데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힘들다. 망 장애 때문에 고객의 신뢰를 잃을 위험이 커진다. 이러닝처럼 고가의 유료콘텐츠가 사고나면 피해보상까지 해야 한다.

인터넷 기업들은 외국의 인터넷기업들처럼 BGP 라우팅을 통해 망을 이중화하고 싶어한다. 특정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입주해 있어도 회선사업자 사이에 가격경쟁을 붙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인터넷기업들이 이용하는 IDC 안에서는 BGP 라우팅이 안되고 , KT IDC에는 다른회사 광케이블이 들어올 수 없어 마음에 드는 회선을 선택할 수 없다.

◆BGP 라우팅이란 무엇인가

BGP(Border Gateway Protocol) 라우팅이란 한 인터넷 기업이 여러 개의 인터넷서비스기업(ISP)과 연결할 때, 양쪽으로 골고루 트래픽을 나눠 보낼 수 있도록 대등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같은 인터넷망식별(AS)번호를 갖는 서브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는 것.

'종속적인 연동시스템(그림1)'의 경우 BGP라우팅이 안돼 한쪽 망이 죽으면 서비스를 우회할 방법이 없지만, 'BGP 연동을 통한 장애극복(그림2)'을 하면 특정 ISP에 장애가 생겨도 우회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BGP 라우팅이 당연했으나, 그후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생기면서 BGP라우팅이 안되고 있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전 아이네트텔레콤 대표)은 "'94년 조선일보시스템을 만들 때 조선일보는 AS번호를 받고 KT 코넷과 데이콤, 아이네트간 BGP 라우팅을 했다"며 "하지만 90년대 후반 IDC를 짓기 시작하면서 IDC내에서 BGP라우팅이 안되기 시작했고, 이에따라 IDC에 입주한 기업들은 논리적으로 하나의 망을 가질 수 없어 망에 장애가 생기면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BGP 라우팅과 KT 광케이블 인입, 왜 중요한가

인터넷기업 A사 관계자는 "KT나 데이콤, 하나로텔레콤 등 ISP들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내에서 BGP 라우팅을 불허하고, IDC 외부 전산실에 한해 라우팅을 허락하고 있다"며 "하지만 외부로 나오면 일반 전용회선에 비해 2~3배 비싸고, 오직 고객 전산실과 IDC 사이에서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BGP 라우팅이 안되면, KT IDC에만 서버를 두고 있는 기업과 KT IDC와 데이콤 IDC에 서버를 분산해 두고 있는 기업 모두 장애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

KT IDC에서 KT 회선만 쓸 경우 KT 망이 고장나면 대책이 없으며, KT와 데이콤으로 서버를 분산수용했더라도 논리적으로 하나의 망이 아니기 때문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것.

A사 관계자는 "그러나 만약 BGP 라우팅을 해주면 물리적인 위치는 KT IDC 하나지만 여러 ISP 회선을 동시에 쓸 수 있어 특정 망에 장애가 생겨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BGP라우팅과 함께 KT IDC에도 다른 회사 광케이블망이 들어올 수 있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지금처럼 둘 다 안되면 KT IDC에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KT IDC에서는 KT회선(광케이블)밖에 쓰지 못하며, 이 때 AS번호는 KT가 미리확보한 IP 대역에서 할당받는다. 따라서 KT IDC에서 데이콤 IDC로 옮기려면 데이콤 IDC에서 새로운 번호를 받아야 하고, 이 경우 작업이 매우 많아 현실적으로 이전하기 어렵다는 말.

그러나 BGP 라우팅이 이뤄지면 한국전산원으로부터 독자적인 IP를 받아 어느 IDC로 가더라도 동일한 IP주소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BGP 라우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기업들은 네트워크 운영능력이 부족해 잘못하면 통신회사 전체 네트워크에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허진호 인기협 회장은 "인터넷기업들은 이미 그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며 "ISP들이 BGP 연동을 거부하는 것은 인터넷기업들이 회선을 선택할 수 있으면 자사 회선 사용이 줄고 IDC를 쉽게 이전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야후코리아만 BGP 라우팅...국내 기업과 차별 논란

그러나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과 달리, 야후코리아는 데이콤 IDC에서 BGP라우팅을 받고 있다.

야후가 국내에 진출할 때 본사에서 BGP라우팅을 반드시 받아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통신회사들이 국내 인터넷 기업들을 차별하고 있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BGP는 IDC를 이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뿐 아니라 국내 정보통신 서비스의 건강한 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해결돼야 한다"며 "IDC 사업이 품질과 서비스 질이 아닌 불합리한 강제 조항을 통해 유지된다면, 장기적으로 IDC 사업자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UCC로 트래픽이 증가해 최소 기가(Giga) 단위 이상 회선을 써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의 전용회선 요금은 9600bps나 56Kbps 등 저속급 시절에 만들어져 합리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를 적용하면 10 기가 전용선은 수용하기 힘든 비 현실적인 요금이 나오는데, IDC내 BGP 라우팅과 함께 KT IDC에 타사 광케이블이 들어오지 못하면 울며겨자먹기로 KT 회선만 쓸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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