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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강대인과 허진호의 닮은꼴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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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는 '규제강화'를, 인터넷 업계는 '탈규제'를 원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기자 눈에도 처음엔 그렇게 보였다. 방송계는 공익을 외치면서 규제만능주의에 빠져 비효율만 양산해 내는 집단처럼 보였고, 인터넷은 참여와 개방의 가치에 올인해 세상물정 모르는 존재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의 거두(巨頭)를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강대인 건국대 교수(전 방송위원회 위원장, 65)와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폰닷컴 한국지사장, 45).

강대인 교수는 1998년에 강원용 목사와 방송개혁위원회를 이끌었다. 군부독재 시절 정치권력의 노예였던 방송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김대중 대통령 집권 초기 무소속 독립기관인 방송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강 교수는 방송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허진호 회장은 우리나라에 인터넷을 도입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길남 박사 제자다. 1994년 국내 최초의 민간 인터넷서비스업체(ISP) 아이네트를 창업했고, 구글도 투자한 웹2.0기반 무선랜 공유기업인 폰닷컴 지사장으로 있다. 허 회장은 인터넷의 전도사다.

강 교수와 허 회장은 스무살의 나이차와 살아온 배경이 다르지만 닮은 꼴 철학을 갖고 있었다.

강대인 교수는 최근 정년기념 강연회에서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규제기구 재정립은 디지털 시대의 본질을 규명한 뒤 이를 국가전략으로 대비하는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의 모든 동력이 콘텐츠 혁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선도해야 하고, 망사업자중심의 경쟁정책의 한계를 벗어나야 하며, 콘텐츠에 대한 내용 심의 등은 이제 사업자 자율의 몫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호 회장은 얼마전 기자를 만나 "방송통신기구개편에 있어 중요한 점은 공급자 위주가 아니라 소비자, 국민 중심의 정책철학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자선로개방(LLU)이나 망중립성 같은 것은 반드시 해결돼야 하며, 그래야 다양한 콘텐츠가 국민에게 선보일 수 있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져 IT 산업도 발전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융합의 원칙을 세울 때 "산업이냐 문화냐"로 편가르기 하거나 기업의 셈법으로만 사고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자유롭게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도록 공정경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대인 교수와 허진호 회장은 규제에 대한 생각도 비슷했다.

강 교수는 "규제완화는 대세나 규제완화를 규제 없는 정책을 지향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며 "디지털시대에 맞게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규제를 안받겠다는 게 아니다"며 "예측가능한 규제라면 반발할 이유가 없고, 파이프(네트워크), 유통(플랫폼), 제작자(콘텐츠)의 3분류 사업자 체계가 우리의 융합 현실에 맞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융합은 산업적 속성과 사회문화적 속성을 함께 지닌 미디어에 대한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방송(올드미디어)과 인터넷 같은 뉴미디어간의 경쟁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과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회장의 비슷한 생각은 융합논의에서 경제세력과 문화세력간 깊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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