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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포르노업계 "HD DVD 지지"…소니 또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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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또 다시 포르노 업계에 발목을 잡히는가?"

미국 성인 영화계가 HD DVD 진영 쪽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980년대 가정용 비디오 표준 경쟁에서 성인 영화업체들의 외면으로 패배의 쓴 잔을 마셨던 소니의 악몽이 또 다시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컴퓨터월드에 따르면 대표적인 미국 성인영화사 중 하나인 위키드 픽처스(Wicked Pictures)가 지난 주 CES와 같은 기간에 열린 애덜트 엔터테인먼트 엑스포(Adult Entertainment Expo)에서 HD DVD 방식으로 제작된 포르노물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미국 성인영화업계의 대부나 다름없는 디지털 플레이그라운드 역시 오는 18일(현지 시간) HD DVD 성인물을 처음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포르노 스타인 제나 제임슨이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회사인 클럽 제나도 3월 중 HD DVD 타이틀을 첫 출시한 뒤 올해 중으로 10개 정도의 타이틀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소니측 노골적 적대감이 크게 작용한 듯

지난 해까지만 해도 대형 포르노업체들은 성능이 뛰어난 블루레이 쪽에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던 것이 지난 주 CES가 열리고 있던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성인 영화 축제인 에덜트 엔터테인먼트 엑스포를 계기로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

미국 성인 영화업체들이 HD DVD 쪽으로 돌아선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데다 기술 지원도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위키드 픽처스의 재키 라모스 부사장은 CES와 같은 기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에덜트 엔터테인먼트 엑스포에서 "HD DVD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요인은 소니 측이 포르노물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HD DVD 진영 역시 선뜻 성인영화를 껴안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소니가 노골적으로 배타적인 입장을 보였던 반면 HD DVD 진영은 다소 유연하게 대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플레이그라운드의 설립자이자 감독인 준(Joone)은 독일 웹진 ‘하이제(Heise)’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소니가 나의 영화들이 HD-DVD로 출시되기를 원했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디지털 플레이그라운드는 공식적으로 블루레이를 지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으나 소니가 포르노 업체들과는 함께 갈 수 없다며 끝내 우리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소니와 달리 HD DVD 진영의 일부 멤버들은 성인영화 업체들과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라모스 부사장은 HD DVD 진영의 어떤 업체들이 협조 의사를 밝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갑자기 도움을 얻게 돼 그 쪽으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정용 비디오 표준경쟁 때도 결정적 역할

성인 영화업체들은 드러난 규모 면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신기술을 남보다 한 발 앞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포르노 고객들은 전통적으로 가정용 비디오, DVD 플레이어, 초고속 인터넷 등을 남보다 먼저 사용하면서 기술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따라서 대표적인 성인 영화 업체들이 HD DVD 쪽에 줄을 설 경우 소니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자칫하면 20 여 년 전의 아픈 상처가 또 다시 덧날 수도 있다.

실제로 1980년대 베타방식을 앞세워 가정용 비디오 시장 석권을 노렸던 소니는 VHS 방식에 참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VHS 방식이 상대적인 우위를 보인 것은 포르노 업계가 VHS 방식을 채택한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포르노 업계의 선택에 따라 차세대 DVD 표준 전쟁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존 페디 리서치의 제이크 리처 애널리스트는 "만약 성인 영화업계가 블루레이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엔 HD DVD 진영이 승리할 것이다"라고 말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성인영화업계 관계자들인 자신들이 DVD 표준 전쟁의 키를 쥐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위키드의 라모스 부사장은 VHS/베타맥스 간의 표준 경쟁에 대해 "성인 영화 업계가 승패를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 요소였을 뿐이지,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차세대 DVD 표준 경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월마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니, 또 다시 패배할까?

소니와 도시바는 지난 주 끝난 CES에서 저마다 최신 기술을 선보이면서 DVD 표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이들의 승부는 의외로 같은 기간 벌어진 성인영화 업체들의 축제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할리우드 유력 영화사들의 지원을 끌어내면서 앞서가는 듯 했던 소니는 '포르노 영화'라는 암초에 부딪히면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과연 차세대 DVD 표준 전쟁의 승패가 어떻게 될까? '음지'에 숨어 있던 포르노 영화사들의 의중에 따라 명암이 갈리게 될까? 아니면 소니가 20년 전의 악몽을 과감하게 떨쳐 낼 수 있을까?

아직 단정하기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돌아가는 모습만 놓고보면 소니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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