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인터넷 주소' 서비스가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넷피아가 이 서비스의 모델을 전환키로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시절 숱한 논란을 생각하면 사필귀정에 가깝다.
논란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이 서비스의 경우 '유일성'이라는 주소의 대원칙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표준화를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똑같은 한글 단어를 입력해도 어떤 서비스와 어떤 시스템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배달되는 곳이 달랐다. 주소라고 할 수 없는 결정적인 한계를 가졌다.
또 일반 명사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도록 한 점과 고유명사를 엉뚱한 곳으로 연결되게 한 점도 숱한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말았다.
법원의 판결도 이런 일반적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법원은 "한글인터넷주소는 영문 도메인과 같은 유일성이 없기 때문에 한글키워드 서비스로 판단 된다"며 "성인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키워드 판매, 유인 프로그램 설치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넷피아가 KT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최근 기각했다.
이에 앞서 KT는 넷피아 측에 협력 사업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했고, 그렇게 될 경우 넷피아로서는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넷파아는 법에 호소하는 길밖에 없었는데, 법원마저 이를 외면하고 만 것.
결국 넷피아는 지난 6년간 이 서비스의 절대적인 지원자였던 KT와 갈라서야 하고, 이는 서비스가 더 이상 불가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사필귀정이라 해서 만사형통한 것은 아니다. 순망치한이라 하듯 우려되는 점도 적잖다. 6년 넘게 이 서비스가 정착시켜온 관행이 일거에 사라질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 한글로 주소를 쳐왔던 이용자들은 당연히 어리둥절해질 것이며, 이 서비스를 이용해 저렴하게 사이트를 홍보했던 중소 인터넷 사업자들도 중요한 마케팅 채널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 서비스에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도 분명하지만 등록 사이트가 수십만 곳에 달하고, 인터넷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입력한 한글 단어가 하루 1천만 회가 넘을 만큼 상당한 대중성을 가졌던 것 또한 분명하다. 그만큼 영문 도메인에 비해 편리했고, 상당수의 이용자와 닷컴 사업자가 활용했던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와 닷컴 사업자가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된 형국이다.
넷피아는 서비스를 변경할 경우 어찌됐건 기존 약관과 계약을 근거로 해서 이러한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수습해 나갈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런데 넷피아와 함께 6년간 사업을 벌여온 KT 및 KT와 계약을 맺고 새로운 한글 키워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KTH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넷피아 서비스의 단점은 쳐내되, 지난 6년간 넷피아와 KT가 함께 제공해온 서비스의 장점은 최대한 살려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용자와 닷컴 사업자가 느낄 순망치한의 아픔을 줄이는 길이다.
또 그 아픔을 줄여나갈 때 서비스가 더 좋아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