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박지은 기자] SK하이닉스가 학력 제한을 없앤 신입사원 채용에서 설계 직군을 세 자릿수 규모로 모집한다. 업계에서는 신입 채용이지만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저연차 인력은 물론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계 인력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부터 신입사원 수시채용 서류 접수를 시작했다. 이번 채용부터 기존 공고에 명시했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등 학력 요건을 삭제했다. 지원 자격은 2026년 9월부터 정규 근무가 가능한 사람이다.
![삼성전자(왼쪽), SK하이닉스 사옥 전경. [사진=각 사]](https://image.inews24.com/v1/96b306296b220b.jpg)
채용 공고를 보면 설계 직무는 메모리 아키텍처 설계와 디지털·아날로그 회로 설계, 레이아웃, 회로 검증, CAE(CAD Engineering) 등을 담당한다. 근무지는 이천과 분당이다.
신입 채용이지만 업계 저연차도 관심 둘 듯
이번 채용의 핵심은 '설계 인력 확보'다. 설계는 반도체 개발의 출발점으로 공정·소자·패키징·테스트 등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단기간에 인력을 양성하기 어려운 분야다.
업계에서는 이번 채용이 신입이지만 경쟁사를 비롯한 업계 전반의 저연차 반도체 설계인력들도 다수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점에서 신입 채용 방식을 택한 점에도 주목한다. 지원 자격이 '2026년 9월부터 정규 근무 가능자'로 열려 있는 데다 경력직 채용보다 기존 경력 노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삼성전자 사람들도 갈 것이고, 오히려 피해를 보는 쪽은 작은 팹리스들일 수 있다"며 "팹리스에서 경력을 쌓은 인력들이 SK하이닉스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팹리스들은 대기업 수준의 보상을 하기 어렵다"며 "삼성전자뿐 아니라 팹리스에서도 상당수 인력이 이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BM 확대에 베이스다이 설계 수요도 증가
SK하이닉스가 설계 인력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HBM 시장 확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8%, 삼성전자 21%, 마이크론 21%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며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방한 당시 SK하이닉스 경영진에게 HBM 공급 확대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 출시를 앞두고 HBM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설계 인력을 세 자릿수 규모로 뽑는 것은 용인 팹(공장) 가동을 앞두고 필요한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며 "HBM을 하면서 베이스다이(Base Die) 설계가 중요해졌고 D램 설계 인력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D램은 메모리 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어하는 주변회로(peripheral circuit)가 있다"며 "이 부분을 설계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설계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용인 1기 내년 가동…2기 착공도 앞당겨
생산시설 투자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차세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19조원을 투자해 청주 M15X를 구축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는 1기 팹을 건설 중이다. 내년 2월 첫 클린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왼쪽), SK하이닉스 사옥 전경. [사진=각 사]](https://image.inews24.com/v1/67c7841125f6ba.jpg)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월 용인 1기 팹 착공에 들어간 데 이어 올해 8월 1기 팹 2단계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당초 내년 초 예정됐던 2기 팹 착공도 올해 하반기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입사한 일부 신입사원들은 청주 셋업(공정 초기 구축) 라인에서 현장 경험을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향후 용인 팹 운영 인력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용인 1기 팹이 내년 초 완공되면 상당한 규모의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설계 인력 확대도 결국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인력 확보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력 제한 철폐 놓고는 의견 엇갈려
이번 채용의 또 다른 특징은 학력 제한 철폐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설계 직무는 전문성이 높은 분야인데 학력 제한을 전면 없앤 배경은 다소 의아한 측면이 있다"며 "어떤 직무에 어떤 기준으로 인력을 배치하고 평가할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 전반에 인력 수요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설계 분야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학력보다 역량을 보겠다는 취지가 실제 채용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서아 기자([email protected]),박지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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