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금융당국이 석유화학업계 사업 재편과 관련해 채권단과 금융권이 손쉽게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석유화학업계 사업 재편 자율 협약 체결을 계기로 열린 금융권 간담회에서 "금융지원 원칙은 △기업과 대주주의 철저한 자구노력과 책임 이행을 전제로 △사업 재편 계획의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채권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석유화학산업은 우리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산업으로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지만, 더는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됐고, 모두가 참여하는 사업 재편을 시작해야 한다"며 부연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전날 오후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석유화학 업계에 경고했다.
김 실장은 "석유화학산업은 누적된 이익이 많고 여력도 있는 상황이어서 살리려면 본인들의 범위에서 최대한 해야 한다"며 "지난 몇 년간의 이익은 향유(킵)하고, 어려워지니 발행 채권이나 대출은 채권은행이나 투자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BCG 컨설팅을 통해 얼마를 줄여야 할지도 나와 있다. 충분한 시간도 있고, 3분의 1을 닫아야 할 정도는 아니다"며 "자율 조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말까지 시간을 주고, 산업부 중심으로 이행을 점검할 거다. 제대로 안 되면 금융위에서 나서겠지만, 그런 막다른 상황까지 이르지 않도록 자율 구조조정이 잘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전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이하 산경장)에서도 석유화학 업계가 공동 생존을 도모하고자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 능력을 최대 25%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한 10개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들도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참석한 회의에서 총 270만∼370만t 규모의 NCC를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도 이에 따라 기업이 협약에 따라 금융 지원을 신청하면 기존 여신 유지(stand-still)를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내용·수준은 기업이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채권금융회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권 부위원장은 "타당한 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금융권이 냉철한 관찰자·심판자와 조력자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사업 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진 기존 여신 회수 등을 자제하기로 했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금융권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약 30조원으로 단일 산업 기준 큰 규모다. 이 중 시장성 차입과 은행권 대출이 약 절반씩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무역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참석했다.
/신수정 기자(soojungsi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