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열풍이 반갑지 않다" 저격..."욕해도, 문신해도" OTT는 '규제 사각지대'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올해 9월17일부터 10월12일까지 61개 매체에서 '흑백요리사'가 포함된 뉴스가 452건 나왔어요. 천만 영화를 기록했던 '서울의 봄'의 약 1년 간 뉴스가 257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흑백요리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는 거죠. 하지만 저는 흑백요리사 열풍이 반갑지 않아요."

3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료방송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OTT 환경에서 합리적인 유료방송 콘텐츠 내용규제 개선 방안: 흑백요리사 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하며 이같이 밝혔다.

심 교수가 이같이 주장한 건, 기존 방송사업자에 적용되는 방송심의 규제가 OTT 사업자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흑백요리사는) 출연자의 문신을 여과 없이 방영했다. 비속어나 욕설도 나왔다"며 "기존 방송에선 블러 처리를 해야 하고 가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후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이 개편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방송사업자와 OTT 간 규제 비대칭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지상파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 등은 방송법을, IPTV 사업자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을 적용받는다. 반면 OTT 사업자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전기통신사업법이 적용된다.

심 교수는 미디어 환경이 변화한 만큼 방송의 개념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OTT를 방송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를 이제는 판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심 교수는 "이제까지는 OTT가 비실시간이고 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방송이 아닌 통신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굉장히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OTT는 인터넷망을 통해서 제공하는 동영상서비스라는 점에서 IPTV와 다를 게 없다. IPTV 또한 인터넷망을 통해서 콘텐츠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라며 "그런데도 OTT는 IPTV 관련 법보다 더 낮은 규제를 받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기술 중심적 접근이 아닌 수용자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심의 규제를 하는 이유는 방송이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시청자는 방송으로 생각하고 시청하는데 OTT 콘텐츠는 방송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규제에 대한 효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기존 미디어 산업과 OTT 간 규제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심 교수는 "블록버스터급 예능 콘텐츠의 신규 제작은 넷플릭스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며 "사실상 넷플릭스 독점 형태가 되면서 한국 제작사의 하청업체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했다.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OTT 시대,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기반 조성을 위한 제도 정비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그는 "OTT 성장으로 시장경쟁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비대칭 규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방송 규제 개선은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기존 방송사업자의 규제 완화를 통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변화된 시장 상황에 대응해 사업자들이 자신의 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진입, 성장 등으로 기존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정체기를 겪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 중 개별 가입자는 2021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유료방송사업자 VOD 매출은 2019년부터 하락세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19.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