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스페인 곳곳에서 하루만에 한달 치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FP, 가디언, 로이터 통신 등 유럽 언론에 따르면 지난 29일 스페인 동부와 남부, 중부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실종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까지 마비된 상태다.
스페인 국립 기상청은 남부, 동부 등 많은 지역에서 이날 하루만에 1㎡당 100ℓ 이상의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피해 규모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일부 북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상청은 침수 피해로 실종자 1명과 다수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고된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역에 최고 위험 신호인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발렌시아에서는 주택 침수와 차량이 떠내려가는 피해가 있었고 도로, 고속철도, 항공편 등이 마비되면서 지역이 고립된 상황이다. 발렌시아 시 안에 있는 피카냐는 홍수로 인해 다리도 붕괴됐고, 투리스와 우티엘에서는 1㎡당 약 200ℓ의 폭우가 쏟아졌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도 큰 피해를 입었다. 말라가에서는 과달호르세 강이 수위 한계에 도달해 홍수가 발생했고 강이 범람해 소방대가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접근 도로를 차단했다.
이에 안달루시아 정부는 실종자 및 고립된 주민을 구하기 위한 긴급 구조대를 배치했다. 또한 같은 지역에 속하는 엘 에히도에서는 폭우와 함께 우박으로 농업 피해가 발생했고, 강우량이 1㎡당 100ℓ 에 달해 많은 지역이 침수됐다.
스페인 각지에서 홍수 피해가 잇따르자 지방 정부는 실종자 수색과 시신 수습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부에 있는 카스티야 라만차에서는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밤에도 수색 작업을 하고 있으며, 발렌시아는 헬리콥터와 수상 장비를 이용해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는 "홍수가 발생한 지역에서 여러 구의 시신이 발견되고 있지만 각 지역 관계자들이 홍수 피해 지역에서 정확한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하루만에 한달 치 비가 내렸다"며 "이는 전례가 없었던 상황이라 수습에 시간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X(옛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스페인 각지에서 발생된 홍수 피해와 관련된 많은 제보가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의 영상에서는 흙탕물이 가득찬 도로와 2층 높이의 건물에 들어찬 물, 떠내려간 차량 등이 나오고 있다. 철도와 항공 운항이 중단되면서 발이 묶인 주민들이 임시 숙소에 머물러야 하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 해외 누리꾼은 이를 두고 "전례 없는 기후 재앙(Unprecedented Climate disaster)"이라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것 같다(It's as if the world is ending!)"고 재해의 심각성을 표현했다.
스페인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우가 '고타 프리아(Gota Fría)'라는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지중해 바다 위로 이동하면서 강한 비구름이 형성돼 발생하는 현상이다. 또한 "기후 위기의 결과로 폭염과 폭풍과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강우는 31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폭우 피해와 실종자에 대한 보고를 받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모든 긴급 구조대를 폭우에 대응해 배치해놨다"며 "시민들은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불필요한 이동을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