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김상철 회장의 100억원대 비자금 의혹으로 위기를 맞은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지난 2021년 취임한 2세 경영인 김연수 대표의 쇄신 경영에 힘입어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다만 여전한 사법리스크와 매출 성장세 둔화는 풀어야 할 숙제다.
◇ 영업익 3배 증가 청신호…AI·글로벌 사업 수익화 가시권
24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컴의 올해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29억원으로 전년 동기(33억원) 대비 290.91% 급증한 수치다. 김연수 대표가 주도해온 AI·클라우드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적자 계열사 정리 등 경영 쇄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연수 대표는 지난해 한컴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며 글로벌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 지난 9월에는 생성형 AI 기반의 '한컴독스AI'가 출시됐고 ‘한컴피디아’, ‘한컴어시스턴트’ 등 신규 서비스의 기술검증(PoC)도 진행 중이다.
사업구조 개편도 지속하고 있다. 앞서 김연수 대표는 한컴MDS 등 적자 계열사를 정리하고 효율화에 집중했다. 포티투마루(생성형AI 스타트업), 클립소프트(전자문서 기업, 현 한컴이노스트림), 페이스피(스페인 AI생체인식 기업) 등 M&A 투자도 적극적이다.
글로벌에도 속도가 붙었다. 한컴은 최근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2024 재팬 IT 위크 어텀'에 참가하며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회사 씽크프리는 2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미국 정부용 지식관리시스템에 클라우드 오피스 설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컴 관계자는 "SW 내에서도 기존에는 패키지 설치형 사업이 주를 이뤘는데 이제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AI서비스 등 신규 매출원 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겼다"며 "M&A도 과거에는 몸집 불리는데 중심을 뒀으면 지금은 안정적인 본업을 기반으로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성장세 둔화 숙제…비자금 의혹엔 '정면돌파'
다만 실적은 여전히 전성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0년(매출 4014억원, 영업이익 682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예상 실적(매출 3135억원, 영업이익 524억원)은 70~80% 수준에 그친다. 당시 한컴 자회사 한컴라이프케어는 개인용 방역마스크 등 생활안전 제품의 국내외 공급으로 전년 대비 128.6% 성장해 15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본업인 소프트웨어 사업의 성장세 둔화가 과제로 지적된다. 한컴라이프케어 등 연결 자회사들을 제외한 한컴의 별도 기준 매출은 각각 2021년 1153억원으로 전년(1094억)대비 5.4%, 2022년 1261억원으로 9.4% 성장했으나, 2023년에는 1281억원으로 1.6%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437억원, 2022년 423억원, 2023년 412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김상철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김 회장은 가상화폐 '아로와나토큰'을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이달 초 검찰에 송치됐다. 공범으로 지목된 차남과 가상화폐 운용사 대표는 이미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 2년 6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 회장은 현재도 그룹 회장으로서 일상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 불확실성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월 3만34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날 1만72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경영 쇄신을 위해 김연수 대표는 지난 8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한컴 지주회사 격인 한컴위드의 사내이사에 올랐다. 한컴위드의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 건전성도 강화하겠다는 판단이다. 변성준 한컴 각자 대표이자 한컴그룹 부회장도 한컴위드 사내이사에 선임됐으며 조만간 각자대표로 선임하는 안건도 추진한다.
한컴 관계자는 "사업이나 경영적 판단은 김연수 대표가 확실하게 주도하고 있다. 김연수 대표가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해당 의혹과 한컴 법인은 관련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고, 내부적인 동요는 전혀 없다"며 "앞으로도 AI를 중심으로 사업 확장을 지속, 이르면 내년에는 수익적인 측면에서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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