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도 매매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경기가 안 좋아 경매 물건이 계속 쌓이는 사이 매매시장처럼 대출 규제 부담 등으로 경쟁력 높은 물건에만 입찰자들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전국의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7753건으로 이 중 아파트는 3168건으로 40.8%를 차지했다.
전국의 아파트 경매물건은 지난 4월 3144건으로 2020년 11월(3593건) 이후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 3000건을 돌파했다. 이후 다시 2개월 연속 줄다가 다시 7월과 8월에 2개월 연속 3000건을 넘어선 것이다.
경매 물건 증가는 빚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간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경매가 취하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긴 해도 여전히 물건 규모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물건이 많아지면 공급량이 늘어난 셈인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80%가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8월 기준 86.2%로 올해 들어 8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특히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5.5%로 지난 5월(89.1%)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2022년 7월(9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수도권에서는 아파트값이 예전보다 오르면서 경매가 취하되는 사례도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남양주, 시흥 수도권 외곽지역이나 지방에서 경매 물건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지역의 낙찰가율이 높아지면서 국지적으로 회복되는 상황"이라며 "높은 분양가에 신축 아파트 위주로 낙찰가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매시장도 못 피하는 대출 규제 강화…"인기 높은 물건만 낙찰가율 ↑"
변수는 역시 대출 규제다. 당국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RS) 2단계 적용과 함께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대출기간을 속속 30년으로 줄이면서 대출 한도가 줄고 있다.
이로 인해 경매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이번 추석이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시장의 열기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시장 열기만 뜨거워서 전체 지역으로 번지기는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출 의존도가 적은 입찰자들이 나설만한 물건, 강남권과 같은 선호 지역의 낙찰가율은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수도권-지방, 서울 내 강남-강북 등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선임연구원은 "강남권은 대출 규제의 영향권에서는 조금 벗어나 자금력이 되는 입찰자들이 경매를 시도하기 때문에 강남권보다는 중저가 단지의 매수가 어려워지는 현상이 경매시장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지방도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으로 미분양 적은 지역이나 신축 아파트가 적어 주택 수요가 있는 곳은 낙찰가율이 소폭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경매시장에 나올 대기 물건들이 상당해서 향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강 소장은 "경매 시장이 상승세가 계속되려면 투자자가 가세해야 하는데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 추석 이후에는 오른 가격에 따라 '숨 고르기' 현상도 예상돼 경매시장이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경매 물건이 역대급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대기하는 물건도 많아져 시간이 지날수록 약보합이나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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