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한 신용관리앱에서 신용 점수를 조회했다. 신용 점수는 900점이었는데, 은행은 신용대출을 거부했다. 제2금융권 상환 이력이 있어 내부 등급이 낮다는 이유였다.
#. 직장인 B씨도 신용평가사 신용등급이 902점이었는데,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거절당했다. B씨는 은행에 부결 이유를 물었지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신용평가사(신평사)와 은행 간 신용평가 모형에 차이가 있어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에서 은행과 신평사 간 괴리가 커질수록 금융시스템의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나이스신용평가(NICE)에서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 비중은 46.1%로 지난 2020년 대비 5.3%포인트(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리아크레딧뷰로(KCD)에서도 900점 이상 고신용자 비중은 43.4%로 4.8%p 늘었다. 고신용자 비중이 증가하는 일종의 상향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신용 점수 상향 쏠림은 정부가 2019년부터 금융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신용평가에서 연체 이력 정보 활용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는 등 부정적 정보 활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단기 연체 기준도 10만원 이상·5영업일 이상에서 30만원 이상·30일 이상으로 강화했다. 2019년 이전엔 5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를 장기 연체로 봤지만, 이후엔 100만원 이상 3개월로 변경했다.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1년과 2024년 두 차례 걸쳐 이뤄진 신용사면 정책은 신용 점수 하락 요인을 큰 폭으로 줄이게 됐다. 신용평가사는 차주가 대출 상환 완료 후 연체기록을 최장 5년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데, 금융회사는 신용 사면으로 해당 고객의 연체기록을 조회할 수도, 신용 점수에 반영할 수도 없게 됐다.
결국 신용평가사의 신용 점수를 불신한 은행들은 자체 데이터로 구성한 내부 모형을 이용해 내부 등급을 산출하고, 대출 규모와 조건 등을 정하게 됐다. 신용평가사의 신용 점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참고용으로 전락했다. 현재 은행들은 신용평가사의 신용 점수 대출 심사의 컷오프용 정도로만 활용한다. 은행들은 현재 금융상품에 따라 내부 신용평가 모형을 다르게 적용할 정도로 고도화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 점수가 높은 고객이라도 대출 승인을 거절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빈도가 너무 높아지면 신용 점수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면서 "이는 금융시스템 작동 방식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용 점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 마이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금융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증권, 보험, 연금, 카드 등 금융자산을 포괄할 수 있어 정교한 신용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형 금융회사가 보유한 고객의 금융자산과 거래 정보를 다른 회사와 공유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어, 마이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필요성, 범위, 비용 분담 등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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