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예전에도 재건축, 재개발을 하면서 공사비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적지 않았죠. 사업 추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조합과 시공사 모두에게 큰돈이 걸린 문제잖아요. 그런데 요즘처럼 갈등이 심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이미 조합원으로 정비사업을 경험했고, 지금도 사업을 진행 중인 단지의 조합원이라는 그는 정비사업 환경이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가장 큰 차이는 공사비다. 과거에도 물가 변동에 따라 공사비 증액은 간간이 이뤄졌지만, 서울에서는 많은 사업장이 그렇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올랐다는 점이 주 이유로 떠오르면서 공사비 갈등 또한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이렇게 공사비 갈등이 심해지면 지자체도 중재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데, 한계는 분명하다. 지자체의 의견은 권고 수준이라 강제로 시공사와 조합을 중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미 일반분양을 끝낸 단지의 경우엔 조합원들의 부담 증가에 따른 반발이 커 시공사가 나서 입주를 못 하게 막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중재에 나선 단지 중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대조1구역 등은 일반분양가 조절이 가능한 만큼 공사비 중재가 비교적 수월했다고 하는데, 일반분양을 진행한 단지는 중재를 위한 코디네이터가 파견됐음에도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공사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사업기간이 더 지연되고 입주를 할 수 있는 수준인데도 입주를 하지 못 하면서 공급부족을 더 부채질하는 등 시장 왜곡 사태로 전이되고 있다.
정부가 8.8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1000가구 이상 사업장에 전문가 파견을 의무화하는 등 공사비 갈등에 대한 추가 대책을 발표했는데, 그마저도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재의 강제성이 없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달 시멘트를 비롯해등 일부 품목의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등 공사비 안정화를 위한 추가 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주요 건자재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차치하더라도, 그 대책이 생색내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도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도심 내 주택공급의 주요 방법인 정비사업 시장이 극단적 대립을 넘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는 물론, 건설사와 조합원 등이 머리를 맞대 혜안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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