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광복절이던 지난 15일, 여름방학 기간이지만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송산중학교 세미나실에는 송산중과 송산고 동문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 주민 등 50여명이 모였다. 광복절 기념식을 치른 건 아니다.
동문,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있다. 송산고 배구부 해체 때문이다. 이들은 배구부 해체를 제고하라는 의미를 담은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2일 송산고 측은 배구부 학부모 간담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2025년도 배구부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현재 배구부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 선수들의 타 학교 전학도 권유했다.
배구부 해체를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송산고 배구부 해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2023년) 말부터 배구계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학교 측 결정으로 결국 사실이 됐다. 간담회가 열리고 닷새 뒤인 지난 7일에는 화성·오산시 교육지원청 체육담당 관계자들이 송산고를 직접 찾았다.
그러나 학교 측으로부터 배구부 해체와 관련해 자세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시와 화성시체육회에도 이번 일로 긴급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배구부 해체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송산고 배구부는 지난 2009년 4월 창단했다. 초대 사령탑은 강보식 감독이 맡았고 선수 시절 대한항공과 국가대표팀에서 명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한 박희상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오랜 기간 팀을 이끌었다.
배구부는 창단 당시 지원도 크게 받았다. 화성시와 시·도교육청에선 학교 측에 약 20억여 원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배구부 선수 전용 체육관과 숙소도 마련됐었다.
박 감독이 학교를 떠난 뒤에는 프로 선수 출신으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뛴 김달호 전 코치 겸 전력분석관이 송산고 배구부를 맡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최근 상황을 떠나 그래도 열심히 운동하고있다"며 "(부 해체)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선수들이 크게 동요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 속내는 그렇지 않다. 올해 14명으로 출발한 배구부는 이제 10명이 남아있다. 4명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송산고 배구부는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강원도 삼척에서 열리는 제35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다. 김 감독은 "선수들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마지막 대회라는 걸 느끼고 있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집중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송산고 배구부 선수들과 학생들은 16일 개학을 맞이했다. 2학기 학사 일정은 이날부터 시작되지만 배구부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V리그를 포함해 한국 배구 '요람'이 되는 학생배구에서 부 해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자배구는 원곡고 배구부는 2013년 창단됐다가 2019년 해채됐다. 해체 위기에 몰렸다가 계속 운영이 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분당 송림고 배구부가 대표적이다.
한편 15일 열린 시위에는 이용운 화성시 시의원,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 박종선 화성시체육회장, 김택수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용규 경기도배구협회 회장, 김금규 한국실업배구연맹 회장 등도 함께 했다.
송산고 출신 배구 선수로는 현대캐피탈 주전 리베로인 박경민을 비롯해 팀 동료인 미들 블로커 김진영 그리고 정동근, 한국민, 홍상혁(이상 KB손해보험) 등이 V리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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