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천재에서 살인자로…처형 살해하고 암매장한 정상헌 [그해의 날들]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10년 전 오늘. 대한민국 농구계를 이끌 유망주로 평가받던 이가 가족을 살해한 잔혹한 범죄자로 전락했다.

지난 2014년 7월 21일. 당시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살인, 사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상헌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정상헌은 지난 2013년 6월 26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위치한 처가에서 아내의 쌍둥이 언니 최모 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평소 아내와 최 씨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상가의 권리금 문제로 최 씨와 자주 다투던 정상헌은 범행 당일 역시 최 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그러던 중 "너 같은 X 만날까 봐 결혼 안 한다"는 최 씨 말에 격분한 정상헌은 그대로 처형인 최 씨의 목을 졸라 그를 살해했다. 범행 이후에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채 처형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고 차에다 실었다.

그는 죽은 처형의 시신을 이틀 동안 차에다 싣고 다니다가 집에서 약 10㎞ 떨어진 경기도 오산시 한 야산에 정차했다. 그러고는 처형의 시체를 그곳에 암매장했다.

또 자신이 살해한 처형의 휴대전화로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최 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정상헌의 만행은 체포 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처형이 나를 무시해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에 송치되기 며칠 전, 돌연 "아내가 처형을 살해하라고 지시했다"는 충격적인 진술을 했다. 경찰은 이에 정상헌의 아내를 불러 조사를 벌였으나 아내는 범행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냈다.

재판에 넘겨진 정상헌은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피고인은 처형을 살해하고 범행 은폐를 위해 시신을 공터에 암매장해 죄질이 극히 나쁘고 범행 후 살인의 책임을 부인에게 전가한 점으로 미루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상헌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계획범죄가 아닌 우발적 범죄였다는 점을 참작해, 형량을 5년 감경해 징역 20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피해자와의 관계나 범행 동기, 수단 등을 고려할 때 원심에서 선고한 형이 정당하다"며 형을 확정했다.

정상헌은 고교 재학 시절 허재를 능가할 농구 천재로 평가받았다. 194㎝의 장신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를 지녔으며 센스 있는 패스 능력까지 겸비해 고교 시절 방성윤과 함께 고교 농구선수 1, 2위를 다퉜다.

그러나 고교 졸업 이후 그의 농구 인생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고려대에 진학했지만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여러 차례 팀을 무단이탈했다.

결국 3학년 때 대학을 나온 정상헌은 지난 2005년 대구 오리온스에 드래프트로 입단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무단이탈을 반복해 끝내 임의탈퇴 처리됐다.

2006년 트레이드를 통해 울산 모비스로 둥지를 옮겼으나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군 복무까지 기다려 준 울산 모비스에서도 훈련 불참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고 결국 2009년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이에 정상헌은 농구코트를 떠났고 이후 폐차 관련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갔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끔찍한 범죄자로 전락, 중형을 선고받고 현재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