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이 황산취급대행 계약 건을 두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같은 갈등이 국내 아연 생산과 수출에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황산취급대행 계약 종료 통보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시설 노후화 등으로 폐쇄 필요성을 얘기하며 3개월의 유예기간 제공을 논의해 왔으나, 영풍 측에서 7년 이상 유예기간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동해항 쪽에 황산 시설을 마련하고 실제로 운행하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이러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황산 시설을 짓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 알기 때문에 7년이라는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단순히 3개월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비철금속협회 관계자는 "단순하게 탱크 하나 짓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황산 처리 시설이 위험시설로 분류되고, 환경 오염으로 반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시간 등을 포함해 기간을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사는 현재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영풍은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 거절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 예방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2일 거래거절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와 같은 분쟁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국내외 아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황산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이며, 이를 적절히 처리하지 않으면 아연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철금속협회 관계자는 "황산은 특성상 위험물로 분류된다. 이를 창고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생산에 필요한 양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저장용량을 늘리려면 주기적으로 밖으로 반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의 탱크 저장용량이 보통 일주일 치가 안 된다. 추가적인 저장 공간이 필요하면 황산을 밖으로 빼내야 한다"며 "현재까지는 고려아연이 대행업체로서 영풍의 황산 물량을 함께 관리해 왔으나, 계약 만료를 하면서 영풍 입장에서는 황산을 보관할 적절한 공간이 부족해지고, 탱크 용량이 충분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영풍 또한 자사의 아연 생산 차질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영풍은 "황산은 국내 수요가 적어 대부분 수출해야 하는데 고려아연의 황산취급대행 거절로 온산항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영풍은 황산을 수출할 수 없어 아연 생산에 적지 않은 차질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내수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생산제품 판매 우선순위를 국내에 두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풍이 생산에 차질을 겪을 경우,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영풍은 33만1000톤의 아연을 생산했다. 저장공간이 부족해지면 약 16만톤의 아연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이 분쟁은 영풍에 타격이 크다. 영풍의 황산 저장공간이 부족해지면 아연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황산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영풍의 생산량 부족을 커버할 수 있다"며 "시장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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