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아프가니스탄 크리켓대표팀이 이슬람 무장 정파 탈레반 치하에서 경제난과 폭우, 홍수, 지진 등 잇따른 자연재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자국 국민들에게 힘을 줬다.
아프가니스탄 크리켓대표팀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서인도제도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에서 열린 크리켓 T20 월드컵 8강 방글라데시와 맞대결에서 115.5점을 얻었다. 아프가니스탄은 105점을 낸 방글라데시를 꺾고 대회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올랐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번 대회에서 호주, 뉴질랜드 등 크리켓 강호를 연달아 제치며 '파란의 팀'으로 꼽혔다. 미국 'CNN'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비롯해 칸다하르, 잘랄라바드, 헤라트, 바자라크 등 주요 도시 교차로에는 많은 인파가 모였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대표팀 경기를 지켜봤다"며 "아프가니스탄 현지 시간으로 오전 5시에 방글라데시와 4강전이 시작됐지만 열기는 뜨거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았던 탈레반은 당시 크리켓을 포함한 스포츠 전반을 통제하거나 억압했지만 2021년 재집권한 뒤부터 조금씩 변하고 있다. 탈레반 당국은 대표팀의 4강행 소식에 기뻐했다.
CNN은 "아마르 칸 무타키 외교장관 직무대행이 대표팀에 직접 전화를 걸었고 주장인 라시드 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탈레반 재집권 시기 전까지 자국 정부를 이끌었던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도 'X'(구 트위터)에 '대표팀이 계속 승리하길 바란다. 이번 승리는 국민들에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CNN은 또한 "탈레반 통치를 피해 해외로 떠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당 경기 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켓은 영국에서 시작된 종목이다. 야구의 원형이라고도 보는 시각도 있는데 영국,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영연방 국가와 인도, 파키스탄 등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크리켓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는 ICC 월드컵으로 경기당 하루 일정으로 진행되는 ODI와 투구수를 줄여 경기당 3시간 가량 소요되는 T20으로 나눠 치러진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은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한다. 또 다른 4강전은 영국(잉글랜드)과 인도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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