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경기 화성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리튬전지 소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리튬전지는 휴대전화, 전기차 등에 활용되며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로 꼽히지만, 화재의 위험성 등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4일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불이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아리셀은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계량기 등에 사용하는 리튬 일차전지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업체다. 불이 난 공장에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 5000여 개가 보관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리셀 공장의 리튬 배터리는 한번 사용된 뒤 재충전 없이 폐기되는 일차전지로, 여러 번 충전해 쓸 수 있는 이차전지보다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작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일차전지는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도 없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은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수 있고, 물과 반응해 수소와 같은 가연성 가스를 만들 수 있다. 가연성 가스가 만들어지면 작은 마찰에도 폭발할 수 있다"며 일차전지의 화재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어 "이차전지는 화재 위험 때문에 50% 정도만 충전해 출고하지만, 일차전지는 100% 완충된 상태로 제조된다"며 "(일차전지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그 위험성과 폭발의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가 가열되면 폭발·연소하는 금속물질 리튬의 특성인 '열폭주'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리튬 배터리 열폭주 현상은 물리적 충격·과전압·과방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면 순간적으로 온도가 높아져 수백도에서 1000도 이상까지 오른다. 또, 리튬전지는 화재가 발생하면 내부에서의 발열이 계속해서 발생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고, 전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진화가 쉽지 않다.
리튬 전지 화재는 물이 아닌 전용 소화약제나 마른 모래, 팽창질석, 팽창진주암 등을 이용해 진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응급처치일 뿐 화재가 발생하면 전소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완벽히 진화하기 어렵다.
이에 리튬전지 등 일차전지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 보완 등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차전지 화재와 관련해서는 재난현장표준작전절차(SOP)에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인터넷데이터센터 내 화재 대응 등 세분화된 작전 절차가 명시돼 있고 상시 훈련을 진행한다. 하지만 일차전지는 이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작다고 여겨져 세부 안전기준이 없다.
공 교수는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화재 가능성에 관심도 많고 보호장치도 많이 적용되지만, 일차전지는 그간 화재가 자주 발생하지 않았고 대개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대중들 사이에서 화재 위험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않아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이 없다"며 "관련 안전기준과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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